책략이 성공하면 미르딘대교까지는 피해 없이 도달할 수 있을 거야. 중요한 건 그 다음부터다.
병력으로 따지면 크게 차이는 없으니까, 기습만 성공한다면……
……라고, 볼 수만은 없지. 저 다리는 거의 요새나 다름없는 거니까. 수비는 단단하다고.
뭐, 그렇지. 저 다리는 요새를 겸하고 있는 거니까 수비하는 쪽이 유리해. 기습해도 겨우 반반이야.
뭐, 저 다리는 요새를 겸하고 있으니까. 불리하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유리하지도 않아.
하지만 우리에겐 선생님이 있지. 반반인 승부라면, 질 리는 없지 않겠어?
과거의 에기르령은 미르딘대교에서 더 먼 동쪽…… 아미드 대하의 하류에 있어.
욕심을 말하자면 거기서부터 제국으로 침공하고 싶지만……
내게 그걸 주장할 힘은 없다. 전략적으로도 미르딘 쪽이 중요해.
고마워, 선생님. 난 결코 꺾이지 않겠어. 귀족의 긍지를 되찾는 그날까지……!
그래, 어렵다는 거 알고 있어. 하지만 나는 꺾이지 않겠어……!
제국 출신이면 그렇게 중요한 일은 맡지 않게 돼서 자유로우니 좋네요.
아니, 사실은 몰래 감시라든가 그런 게 붙었을지도 모르지만요.
그런가요? 제가 맹주라면 꼭 할 것 같은데요.
선생님도 그렇게 생각하세요? 아아, 무섭네요, 전쟁은.
제국과 동맹의 경계에서 흐르는 아미드 대하는 포드라 최대의 하천이야.
폭우가 내리면 물이 넘치는 일도 잦긴 하지만……
그만큼 평소엔 우리 영지가 물의 은혜라고 할까, 그런 걸 받고 있지.
제가 생각해 봤는데요, 곧잘 처박히는 성격은 전쟁과 안 맞겠죠.
새로운 정보는 전혀 들어오지 않고, 공격당해도 전혀 눈치 못 챌 것 같아요……
까딱하면 아무도 모르게 전화에 휩쓸려서 죽어 버린다거나……
으으, 곤란해! 위험해요! 선생님, 저 방에서 나가야겠어요……!
드디어 제국을 공격하러 가는군요. 전장에서 아는 얼굴을 만나긴 싫은데.
선생님, 아는 사람이 공격해 오면 도망쳐도 되나요?
하아…… 그렇겠죠? 장수가 도망치면 사기가 떨어지니까요.
정말로요? 무슨 일 있으면 선생님이 원호해 주시기예요?
미르딘, 제압합니다, 결과, 제국, 침공 가능한, 상태, 됩니다.
제국, 있었던, 저, 적으로서, 제국, 들어갑니다……
무척, 이상한 감각, 입니다. 우리 편과 적, 손쉽게, 바뀝니다.
제국이 어떻게 움직일지는 예상이 가지만 문제는 퍼거스야.
동부 제후가 연합하여 공국과의 전투를 계속하고 있을 텐데……
요즘 들어, 아무런 움직임이 없다더군. 부자연스러울 정도로.
아버지로부터 연락도 특별히 없어. 이렇게 조용하면 어쩐지 꺼림칙한데……
……선생님 덕분에 지금, 저는 여기에 있어요.
이번에 목숨을 구해 주셨으니까, 제대로 은혜를 갚아야겠죠.
저, 최선을 다할게요. 앞으로도 잘 부탁해요, 선생님.
실은 그웬달 경하고 인연이 좀 있거든요. 음, 그게 몇 년 전 일이었더라.
저는 어여쁜 아가씨와 만나 사랑에 빠지고, 그 아가씨의 아버지한테 죽을 뻔했는데……
……그게 바로 그웬달 경이었어요. 이야~ 그때는 진짜 죽음을 각오했다니까요!
근데, 설마 이렇게 정말 서로 죽이려고 싸우는 지경이 될 줄은 생각도 못 했죠……
하는 수 없는 일이라곤 해도, 역시 찜찜한 구석이 있네요……
레아님은 제국에 계시는 거지~? 얼른 찾아서 구출해드려야 할 텐데.
수도원이나 주위 마을에도 레아님을 걱정하는 사람들이 많이 있거든~
사람들을 빨리 안심시키고 싶어~ 선생님, 함께 힘을 내자~
다음에 향할 곳은 미르딘대교…… 그러고 보니, 예전에도 지나갔죠.
기억하세요? 그 왜, 5년 전에!
왠지 아득히 먼 옛날 일 같네요. 아주 이상한 기분이에요.
무슨 말씀이세요, 선생님. 그리핀전 전장으로 향할 때 말이에요.
그 무렵에는 다들 사이가 좋아서, 전투 후에 반 구분 없이 식사를 했는데……
5년 전, 그 평화로웠던 때로 돌아갈 수 있다면 하는 생각이 들어요.
그런데 지금 저희는 그때의 친구들과 전투를 치르고 있고…… 애쉬마저……
그분이 주디트님…… 소문대로 기백 넘치는 분이었죠.
똑같이 다프넬의 피를 이어받았지만 저와는 전혀 다르다고 할까요……
네? 그, 그런가요…… 왠지 조금 쑥스럽네요.
그렇죠? 저도 그런 여성이 되고 싶은데……
……나는 지금껏, 스스로 생각해서 스스로의 행동을 결정해 왔다고 생각해.
하지만…… 한편으로는 늘 아버지의 의향을 의식하고 있었던 것도 부정할 수는 없지.
그랬는데…… 지금 이렇게, 아버지께 숨기고 클로드의 책략을 따르게 될 줄은.
아니, 내 자신이 납득해서 책략을 받아들인 거니까. 본의가 아닌 것은 아니야.
아아, 실은 그래. 오히려 마음이 가벼워.
……이 전투로, 드디어 나는 아버지로부터 자립할 수 있게 될 것 같은 기분이 들어.
주디트씨 덕분에 간만에 배부르게 밥을 먹었어!
기운 한 가득! 미르딘대교 같은 건 내가 한 방에 부숴 주지!
……아, 부수면 못 건너겠구나.
미르딘대교는, 다리로써뿐만 아니라 요새로써의 기능도 겸비한 건축물이에요.
아드라스테아 제국의 초대 황제가 군사 목적으로 건축을 개시한 것이 기원이었다고 해요.
……그렇다는 건, 대수도원보다도 역사가 길다는 뜻이겠네요.
만약 우리가 점령하게 되면 구석구석 찬찬히 들여다 보고 싶어요.
선생님도 알고 계시겠지만, 코델리아가도 친제국파의 입장을 띄고 있어요.
강을 끼고 제국령과 접해 있는 것은 글로스터가와 마찬가지거든요.
하지만…… 저는 제국에 두 번 다시 굴하고 싶지 않아요.
한때, 저희 가문은 제국의 간섭을 받아, 심한 처사를 받았으니까……
반드시 이기게 해 주세요, 선생님. 약속이에요?
빛의 기둥이 떨어졌다고 하는 아릴의 전설…… 지형을 보면 확실히 그런 느낌이긴 했지만……
저기…… 선생님은, 그런 일이 정말로 있었다고 생각하세요……?
저도…… 그렇게 생각해요. 여신님의 분노일지는 모르겠지만……
……! 그, 그렇네요…… 절대로 없을 거라고는 말할 수 없는 거니까요……
이 세계에는…… 우리가 모르는 일이, 아직 많이 있는 걸지도 모르겠네요……
선생님~ 가르그 마크의 마을에도 조금씩 사람들이 돌아오고 있는 모양이에요~
수도원에 선생님이나 세이로스 기사단 사람들이 돌아와 있으니 안심한 거겠죠~?
행상인도 요새 자주 보이고, 앞으로 살기 좋아질지도 모르겠네요~
나중엔 이 근방에서 사는 것도 나쁘지 않을지도 모르겠네요~
주디트씨가 동료가 되어 주어서 여기도 한층 더 시끌벅적해졌네.
그나저나, 그 클로드를 꼬마 취급이라니…… 크크크큭…… 역시 "투사"님은 다르시네.
정말, 나 그 사람 너무 좋아졌어. 스승님하고도 잘 맞았을 텐데.
나도 언젠가 그 사람처럼 강하고, 상냥하고, 멋진 사람이 되고 싶다.
레아가 제국 내에 있다는 확신을 얻은 이상, 어떻게 해서든 제국군에게 승리해야만 해.
우리와 마찬가지로 많은 포드라 백성들이 레아의 안위를 걱정하고 있다.
그들의 불안감을 없애 주기 위해서라도 하루라도 빨리 레아를 구출해야지.
주디트님은 멋진 분이셨어요. 무척이나 듬직하게 서 계셔서……
그분을 보고 있었더니 무심코 어머니를 떠올리고 말았답니다.
얼굴은 전혀요. 하지만 분위기가 쏙 닮았어요. 밝고 긍정적이고 활기찬 부분이요.
네, 무척. 밝고 긍정적이고 활기찬 부분이 쏙 닮았어요.
이미 한참 예전에 돌아가셨지만…… 그립네요.
아릴 전투도 훌륭했다네. 자네의 능력은 나날이 일취월장하는 듯해.
어디까지가 자네의 노력에 의한 것이고 어디부터가 문장의 힘에 의한 것인지……
참으로 흥미로워…… 하지만 동시에 정답을 이끌어 내기는 각별히 어렵지……
나는 이런 전쟁이 일어나기 전에 결과를 냈어야만 했다네.
그런데 전쟁이 끝날 쯤에도 밝혀낼 수 없을 것 같아…… 분하군.
어머나~ 어서 와, 선생님. 나한테 무슨 볼일이라도?
딱히 다친 것 같지도 않은데…… 치유를 원해서 날 찾아온 거야?
역시 그렇구나. 물론 대환영이야. 당신을 치유해 주는 것도 내 일이지.
괜찮아, 부끄러워하지 마. 당신을 치유하는 것도 내 일인걸?
몸의 고민이든, 사랑의 고민이든…… 내가 뭐든지 상담해 줄게.
레아님께서 제국에 계신 걸 알았더라면 이 5년을 헛되이 보내진 않았을 텐데……
들어 보니 주디트님은 우리에게 레아님에 대해 알리려고 했다더군.
하지만 우리는 그 5년 동안 포드라 전역에 흩어져 레아님과 그대를 수색하고 있었으니까.
황폐한 대수도원을 그대로 방치해 둔 우리의 과실. 자업자득이라는 거지.
"다프넬의 투사" 이름은 들어 봤지만 실제로 만나서 이야기는 처음 해 봤어.
그런데 그러고서 명문 귀족의 당주라니. 클로드도 그렇지만 동맹은 재미있네.
그래, 좋은 의미로. 그렇게 호쾌한 귀족, 다른 나라에는 한 명도 없잖아.
아무래도 나랑 잘 맞을 것 같아. 술도 세단 말도 들었고.
5년 전, 가르그 마크를 침공한 제국군의 움직임은 신속함의 끝이었어.
그 혼란 속에서 가르그 마크에 심복을 심어 감시를 했을 줄은……
그 투사, 보통내기가 아니야. 첩자 다루는 법을 잘 알아.
아까 전에 들었어요. 레아님께서 제국군에 연행되셨다고요.
제국군은 왜 레아님을 데려갔죠? 설마…… 죽이기 위해서…… 인가요?
그럼 왜…… 뭐, 됐어요. 제국군한테 이기면 되는 거죠?
그러네요…… 만약 죽였다면 그런 이야기가 들려 올 테니까요.
레아님은 쭉 당신이 오기를 기다리고 계실 테니까, 반드시 구해 주셔야 해요.
어디서 찾아낸 건지, 클로드도 좋은 인재를 데리고 있네.
누구 이야기냐고? 전에 말했던 재상, 날데르 말이야.
나도 조금 만나서 이야기한 정도긴 하지만, 실력이 굉장한 데다 영민한 사람인 것 같아.
하지만, 뭔가 마음에 걸린단 말이지. 날데르…… 어디서 들어본 것 같은데……
선생님, 수고 많으십니다! 오늘도 이상 없습니다!
방금 전에 다프넬가의 병사와 대화했는데요, 그 주디트님에게도 약점이 있답니다.
무려 말이죠…… ……아뇨, 관두죠.
제가 퍼뜨리고 다녔단 게 알려지면 혼나는 걸로 안 끝날 것 같으니까요……
여기서는 얻을 수 없는 물건도 지하에 가면 얻을 수 있을지 모릅니다.
……가르그 마크의 지하를 모르신다고요? 그곳은 지상에 머무르지 못하는 이들의 낙원이죠.
어비스 녀석들…… 매일 문제나 일으키고 말이야.
차라리 가르그 마크의 지하를 통째로 소탕해 버리면 좋을 텐데……
우리는 다프넬 백작령에서 왔어. 고향을 떠나는 건 괴롭지만 어쩔 수 없지.
주디트님께 부탁을 받으면 거절할 수도 없고 말이야.
……당신, 신뢰해도 되겠지? 허무한 죽음만큼은 사양이라고.
한동안 가르그 마크를 떠나 있었지만 선생님들의 소문을 듣고 돌아왔습니다.
5년 전의 상처가 생생합니다만 그래도 반갑군요.
다시 여기서 장사를 하려고 하니 자주 들러 주십시오!
아릴 계곡에 나타난 노장 그웬달은 "회색의 사자"라 칭송받는 용장이야.
그런데 이번에 그가 싸우는 모습을 보니 마치 죽을 곳을 찾는 것 같더라.
그 사람도 로베 가문에 봉사하지 않았더라면 다른 삶의 방식이 있었을 텐데……
1185년은 이번 달로 끝. 다음 달부터는 1186년이 시작된다.
뭐, 바뀌는 건 딱히 없겠지만 좋은 해로 만들고 싶어.
미르딘대교 북쪽은 동맹의 아케론령, 남쪽은 제국의 베르그리즈 백작령입니다.
베르그리즈 백작은 이오니아스 황제 이래로 제국의 군무경을 맡고 있는 인물입니다.
현 황제는 부패한 귀족을 숙청한 모양이지만 베르그리즈 백작은 대상 외였던 듯하군요.
세이로스 기사단의 귀환을 전해 듣고 수도사들도 하나둘씩 돌아오고 있습니다.
아직 인원 수는 충분하지 않지만 대수도원 재건에 힘을 다할 생각입니다.
레아님께서 돌아오실 때까지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을 해 둬야죠……
아, 그거참. 설마 로베가 녀석들이 튀어나올 줄이야.
그 먼 영지에서 일부러 아릴까지 행차하시고 수고가 많으시네.
뭐, 그 가문이랑은 연을 끊은 지 오래니 적대 관계가 돼도 딱히 상관은 없지만.
그 왕고집을 죽여야 한다는 것도 처음부터 알고 있었고…… 후회는 없어.
우와, 그 사람은 지금도 내가 어렸을 때랑 똑같더라.
그다지 어려운 상대는 아니지만…… 어떻게 말을 걸면 좋을지가 문제로군.
그 사람에게 걸리면, 이 나조차 「꼬마」 취급받을 테니까 말이야……
……응? 그것도 나쁘지 않겠는데? 차라리 아예 어리광을 부려 볼까……
드디어 제국령에 진입하는군요. 울렁거리는 가슴을 진정시킬 수 없어요……
각오는 진작에 마쳤지만 막상 그날이 가까워져 오니……
이제 제국 귀족 누벨가의 부흥은 이룰 수 없는 일이 되겠지요?
그럼…… 선생님과 클로드가 무슨 수를 써 주시는 수밖에 없겠네요. 그렇죠?
주디트씨 같은 여걸은 하피, 처음 만나는 걸지도.
시원스럽고 밝아서 좋아. 같이 지내면 재미있을 것 같고.
너 겁쟁이였어? 그것도 재밌네.
그에 비해 쳐들어온 기사는…… 어느 가문인지는 몰라도 별로였어.
주군을 위해서라면 뭐든지 하겠다는 정신부터가 일단 의심스럽고……
남한테 폐를 끼치고 만족하다니 진짜 별로야. ……조금 짜증나.
어머, 선생님. 요즘 어때? 벌이는 잘되어 가?
느긋하게 이야기하고 싶지만 이래 봬도 일하는 중이라서. 미안.
사방이 뒤숭숭해서 행상인들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야.
얼른 다들 웃으며 장사할 수 있는 시대가 왔으면 좋겠다.
……어비스? 선생님, 그런 곳에 흥미가 있어?
가르그 마크의 지하에 펼쳐진 고대 유적…… 그게 어비스야.
멋대로 정착한 사람들도 있지만 짐작대로 저마다 사정이 있는 사람뿐이지.
제대로 된 상인은 접근하지 않는 곳이니까 선생님도 발을 들이지 않는 게 좋을 거야.
선생님, 수고 많으십니다. 이곳은 오늘도 이상 있습니다.
여기서는 이상 있음이 일상이니 이상 없음이라 생각하시면 됩니다.
이유는 잘 몰라도 위에 사람이 돌아와서 다행이야.
밤에 몰래 식당에 숨어들거나 남들 몰래 온실에서 슬쩍할 수 있……
으아악! 아니야, 말이 헛나왔어! 시끌벅적해서 즐겁다 이거였어! 알지?
다프넬가 사람들이 마을에도 식량을 융통해 줬어!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라지만 그 마음 씀씀이가 기쁘잖아.
게다가 당주는 엄청난 미인이래. 발타자르가 그랬어.
……! 당신은 제랄트님의…… 그렇군요…… 어머니를 많이 닮았네요.
당신의 부모님과는 안면이 있습니다. 당신과도 꼭 한번 이야기해 보고 싶었지요.
보잘것없는 수도사입니다. 당신의 부모님과는 안면이 있지요.
그러나…… 저는 개인적인 사정으로 대수도원을 잠시 떠나 있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당신에게 부탁이 하나 있습니다만.
그녀의 묘지에 바칠 꽃을 대신 준비해 주실 수 있을까요?
당신이 준비한 꽃이라면 그녀도 분명 기뻐할 테니까요.
감사합니다. 아아…… 이 꽃은 그녀가 생전에 좋아하던 꽃입니다.
……이제 여한이 없군요.
자, 저는 슬슬 가 보겠습니다 벨레트 선생님, 부디 건강하시길.
그녀의 몫까지 제랄트님을 소중히 해 주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