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아갈 때마다 새로운 피를 흘리고…… 피를 흘림으로써 더욱 앞으로 나아가지……
전쟁이란 건 늘 무정하지만, 다행히도 아직 모두의 마음은 꺾이지 않은 듯하네.
그러게. 그 녀석들이 없었다면 여기까지 올 수 없었겠지.
그런 녀석도, 선생님이 이야기를 들어 주면 분명 안심할 거야. 부탁할게, 선생님.
……아, 요새를 함락시킬 책략 말인데, 준비하는데 시간이 조금 더 걸릴 것 같거든.
난공불락의 대요새니까. 돌다리도 두들겨 보고 건너라잖아?
구 퍼거스의 왕자, 디미트리…… 그는 제국을 격렬히 증오했다고 해.
지휘관이 강한 감정에 사로잡힌 채로 군을 통솔하다니, 있어서는 안 되는 일인데……
사람으로서 자신을 억누르지 못한다면 주변이 막아야 하는 법이야.
항상 그의 옆에 있던 시종은 뭘 하고 있었지? 그를 따르는 자들은……?
나는 에델가르트를 막기 위해 싸운다. 같은 전철은 밟지 않아……
클로드한테 뭔가 재미있는 책략이 있는 것 같아서 신경 쓰여요.
뭐, 메리세우스 요새는 "완고한 노장군"이란 이명이 붙었을 만큼 오래된 건축물이니……
틈 한두 개쯤은 찾아보면 있을 것 같지만요.
다음은 메리세우스 요새구나! 그립다.
아버지 영지에 무지막지하게 큰 성채가 있는데, 그 높은 성벽 안에 마을이 있어.
어릴 적에 가끔 놀러가기도 했지……
……아아, 평화로웠지, 옛날엔. 요새가 놀러 가는 장소였으니까……
아아…… 여기에 돌아오면 편안해져요오. 하지만 또 원정이네요……
그것도 대요새를 공격하다니…… 괴로워! 힘들어요! 선생님은 안 힘드세요?
그렇죠! 선생님도! ……문 너머로 안아 드릴까요!
그렇겠죠. 선생님께 물어본 베르가 잘못했어요!
그론다즈 전투에서 정말 많은 사람이 죽었고……
그런데도 다음 달에는 아무렇지 않은 얼굴로 다음 전투를 준비하죠……
전쟁이란 건 대륙을 무대로 한 장대한 즉흥극일지도 모르겠어요.
네, 무대 위에서 사고가 있더라도 다음 날에는 아무렇지 않게 상연되죠.
무대에서 사고가 일어난 다음 날에도 아무렇지 않은 얼굴로 노래해야만 해요.
다들 괜찮은 척을 하면서, 오로지 그저 자신의 역할을 연기하고 있는 건 아닌가요?
비밀, 작전, 마음, 끓어오릅니다. 기습, 저, 좋아합니다.
네. 사냥, 사냥감, 기습합니다.
기습, 우리 편, 안전한 곳에서, 시작합니다. 희생, 준다, 줄어듭니다.
……나랑 그 멧돼지 왕자는 태어나기 전부터 엮인 사이야.
깨닫고 보니, 계속 옆에 있었어. ……친한 친구였을지도 모르지.
……나는 제국에 대한 녀석의 증오도 고뇌도 전혀 이해하지 못했다.
나라면…… 그 녀석을 구할 수 있었을까? 나라면, 그 녀석을…… 말릴 수 있었을까?
……전하가 돌아가셨다고 들었어요. 두두도 역시……
……두두의 시체는 발견되지 않았다고 해요.
……그렇다면 좋을 텐데요. 시체도 발견되지 않은 모양이라.
근데 시체도 발견되지 않았대요……
혹시 두두가 살아 있다면…… 다시 어딘가에서 만날 수 있을까요.
연애 상대를 공략하든, 요새를 공략하든 중요한 것은 딱 한 가지……
일단 안으로 한발 성큼 들어서는 겁니다. 그다음은 흐름에 맡기면 어떻게든 되죠.
나 원 참, 이래 봬도 수많은 실전으로 단련한 솜씨거든요?
아니 뭐, 요새 공략 경험은 사실상 없는 셈이지만……
하하, 그렇죠? 그렇죠? 힐다가 그런 적절한 곳을 잘 짚어요.
뭐, 나머지는 클로드의 비책이란 걸 기대하며 기다립시다.
주여. 모든 망자에게 영원한 안식을……
……그리고 그의 영혼에 평온한 잠을 선사하여 주시옵소서.
……밤늦게 대성당에 오면 말이지. 그 사람도 종종 이렇게 기도하고 있었어.
그는…… 누구를 생각하던 걸까.
그론다즈에서 벌어진 전투 후에 아버지를 봤다는 사람이 있어요.
전하의 주검을 끌어안고서 전장을 터벅터벅 걸어 나갔대요……
……살아 있다면 그걸로 됐어요. 언젠가 분명…… 만날 수 있을 테니까.
저번 전투에서 포로로 삼은 병사 중에는 전하를 섬기던 이들도 꽤 있었습니다.
그중 하나로부터, 「더스커의 비극」에 제국이 관련되었다는…… 말을 들었죠.
그게 사실이라면, 저도 전하의 군에서 전하와 함께 싸워야 했을지도 몰라요……
저도…… 그 사건으로 누구보다 소중한 사람을 잃었으니까요.
……아뇨, 지금은. 저는 오히려 이곳에 있어 다행이라 생각해요.
그분의 소망은 살아남은 우리가 계승하죠. 제국이 악행을 되풀이하지 못하게 합시다.
메리세우스는 아리안로드와 어깨를 나란히 하는 견고함으로 이름난 대요새다.
클로드에게 맡겨도 괜찮은 건가? 게다가 작전의 발안자는 힐다양이라고?
역시 선생님도 불안을 느끼는가. 저 남자, 좀처럼 속을 밝히려 들지 않으니.
믿을 수만 있다면 믿고 싶지만. 저 남자, 좀처럼 속을 밝히려 들지 않으니.
클로드가 엉뚱한 소리를 꺼내지만 않는다면 좋겠는데……
근육을 단련시키면, 근육이 비명을 지르잖아? 그럼 이번엔 근육에게 상냥하게 대하는 거야.
배가 고픈 근육에게 먹을 걸 잔뜩 주고, 느긋~하게 잠들게 해 주는 거지.
어떻게 하냐고? 그야 알아서 먹고 알아서 자는 거지.
당연하지! 근육이 아파하면 나도 아프고, 근육이 배고파 하면 나도 배가 고파진다고.
나와 근육은 일심동체! ……어라, 선생님. 뭐라는 거냐, 라는 것 같은 얼굴이네.
그론다즈 평원에서의 전투는 처참했어요……
하지만 그것을 전쟁의 현실이라고 한다면, 눈을 돌려서는 안 된다고 생각해요.
감사합니다…… 하지만 조금 무리하는 것 정도는 괜찮아요.
살아남은 우리는, 그 전장에서 져 버린 생명을 하나라도 헛되이 할 수는 없어요.
앞으로, 반드시 평화의 시대를 만들어서 그들의 죽음에 보답해 주도록 해요.
……역시, 지금의 제국군에게는 「그들」이 가담하고 있는 모양이네요.
그 「그들」이 어떤 자들인지, 저는 아직 잘 모르겠지만……
다음에도 어떤 수를 써 올지 알 수 없어요. 방심 않고 전투에 임하지 않으면……
저, 예전에는 언제 죽어도 좋다고…… 그렇게 생각했었지만……
실제로 수많은 죽음을 눈앞에 두니…… 목숨의 소중함을 느낄 수밖에 없었어요……
죽어도 좋다니, 오만한 생각이죠…… 과거의 제가, 부끄러울 따름이에요……
제국병으로 변장해서 요새로 들어간다는 작전, 어디까지 채용해 주려나~
클로드는 뭔가 좀 더 필요하대요. 선생님은 어떻게 생각하세요~?
제가 에델가르트로~!? 하나도 안 닮았는데요~
클로드가 여자로~!? ……그건, 무슨 의미가 있는 건가요~?
역시, 평범하게 제국병으로 변장하는 게 무난할 것 같네요~
클로드가 책략을 짜 내면 선생님이 지휘를 하고, 우리가 싸운다……
이게 잘만 돌아가 준다면 아무리 불리한 싸움이라도 반드시 이길 수 있어.
……라고, 다들 생각하고 있는 것 같아. 다음 전투도 기대에 부응해 달라고, 선생님.
메리세우스 요새는 제도 앙바르를 수호하기 위해 지어진 대요새다.
요새를 함락시키지 않는 한 제도로 갈 수 없지만, 함락만 시킨다면 제도를 맨몸으로 만들 수 있어.
또 어떤 책략을 사용할 심산인가? 자네들이라면 이길 거라 믿고 있어.
같은 학교에서 지냈던 분들이 진짜 전장에서 서로를 마주하게 되다니……
전쟁이란 건 이 얼마나 비참한가요. 저는 무척 가슴이 아파요……
이런 어리석은 행위는 이 전쟁을 끝으로 그만하고 싶어요……
메리세우스는 제국 최고의 견고함을 자랑하는 난공불락의 요새로 알려져 있다네.
자네는 그 요새의 이명을 알고 있나?
그건, 성채 도시 아리안로드의 이명이군.
그건 "포드라의 목"에 있는 요새일세.
정답이야, 박식하니 더할 나위 없어.
하여간, 포드라 사람들은 사람이든 뭐든 곧바로 이명을 붙이고 싶어 해.
나도 「문장학의 아버지」라 불리곤 했는데, 이것도 이명이라 하면 이명이려나.
이렇게 제도 앙바르에 가까워지니까 무심코 옛날 일을 떠올리게 돼, 나.
부와 빈곤, 영광과 좌절, 번영과 몰락, 모든 게 그 마을에 있었어…… 그립다.
벌써 한참 옛일처럼…… 느껴졌는데, 실제로 꽤 옛날이 되어 버렸네.
그런데 힐다도 유쾌한 소리를 하는군. 적병으로 변장해서 요새에 잠입하다니.
클로드의 궁리라는 게 신경 쓰인다만…… 꽤나 장해가 많을 것 같은 작전이야.
허허, 작전도, "난공불락의 요새" 공략도 전부 장해가 많겠어! 변장해야 하니까!
으음, 선수를 빼앗겼군. 핫핫하!
다들 5년 전하고는 표정부터 바뀐 것 같네. 전투 횟수가 쌓인 만큼 마음도 단련됐나?
늠름해져서 좋지만 사람을 죽이는 데 익숙해지는 건 좋지 않아.
녀석들, 잘 봐주도록 해. 사람 자체가 비뚤어지지 않도록 말이야.
선생님…… 그렇게 말도 안 되는 명령은 내리지 말라고 클로드한테 말해 줘.
백방으로 손을 쓰곤 있지만 아무리 그래도 한계가 있어.
……제국의 병장, 마을 사람들 손이라도 빌려서 만들지 않으면 이 정도 수는 못 갖춰.
최근 알게 된 건데요, 전 남들보다 멀리까지 볼 수 있는 것 같아요.
하지만 화살이 닿지 않는 곳까지 보더라도 화살을 못 쏘면 의미가 없으려나요?
그렇구나…… 적이 많이 몰려오더라도 금방 도망칠 수 있는 건 편할지도요.
그렇구나…… 레아님을 찾을 때에도 어쩌면 도움이 될지도요.
감사합니다, 선생님. 이 눈의 활용법을 좀 더 고민해 볼게요.
아아, 선생님. 잠깐 묻고 싶은 것이 있는데…… 사신기사에 대해 알고 있어?
근래 이름을 떨치고 있는 제국의 장군인데 말이야.
뭐, 나도 잘은 모르지만 말이야. 포드라의 서쪽에서 꽤 날뛰고 있다더군.
……아직 확실하게 말할 순 없지만, 곧 그 녀석과 싸우게 될지도 몰라.
선생님, 수고 많으십니다! 오늘도 이상 없습니다!
다음엔 메리세우스 요새를 공격하신다는 게 정말입니까? 그만두시는 게……
어떤 대군으로 공격해도 절대 함락되지 않는다고 들은 적이 있는데요……
역시 그만둡시다…… 저는 아직 모두와 헤어지고 싶지 않아요……
여기서는 얻을 수 없는 물건도 지하에 가면 얻을 수 있을지 모릅니다.
……가르그 마크의 지하를 모르신다고요? 그곳은 지상에 머무르지 못하는 이들의 낙원이죠.
어비스 녀석들…… 매일 문제나 일으키고 말이야.
차라리 가르그 마크의 지하를 통째로 소탕해 버리면 좋을 텐데……
아무리 견고한 요새라도 지키는 장수가 무능하면 간단히 함락된다……
그렇게 말하곤 하는데, 메리세우스 요새는 어떨까요?
뭐, 제가 황제였으면 중요한 요새에 무능한 장수 따윈 절대로 안 두겠지만요.
마을에서 따온 야채를 대수도원 식당에 가져다 놓으러 왔어.
시기적으로 그렇게 많이는 못 땄지만 조금이라도 당신들한테 힘이 되고 싶어서.
지금도 또 부지런히 씨를 뿌리고 있으니까 뭔가 열리면 가져다줄게.
과거 세이로스 기사단에 계셨던 길베르트님을 그론다즈에서 봤다는 자가 있는 모양이야.
그는 원래 왕국의 기사였어서 디미트리 왕자를 따른 거겠지.
길베르트님은 우수한 기사였어. 함께 싸우지 못해서 아쉬워……
아아, 선생님! 얼마 전 전투의 승리로 동맹 영내의 상인들도 들끓고 있습니다!
우리로서도 제국의 통치하에서는 장사를 하고 싶지 않으니까요.
동맹령에 대한 애착도 있긴 하지만, 무엇보다 규제가 느슨한 게 장사에 잘 맞지요.
다음에도 힘내십쇼, 선생님. 상인들은 모두 당신들 편이니까요!
저수지의 물고기들은 매일 먹이를 받아먹으며 유유히 헤엄치고 있지만……
여기서 물고기를 키우는 건 여차하면 식량으로 쓰기 위해서입니다.
그런 줄도 모르고 물고기들은 당연한 듯이 내일도 살 것이라 생각하면서 헤엄치죠……
불쌍한 생각도 듭니다만, 어쩌면 우리 병사들도 똑같을지 모르겠어요.
저는 제국에게 쫓겨서 이곳으로 왔습니다. 제국 영내에 우리가 있을 곳은 없으니까요.
그렇지만 제국 영내에도 아직 세이로스교의 신앙을 버리지 않은 사람들이 많이 있습니다.
언젠가 제국 영내의 교회를 재건할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만……
얼마 전 벌어졌던 전투로 포드라의 정세가 크게 움직였습니다……
전투에서 희생된 이들에게 보답하기 위해 우리도 목숨을 걸고 다음 전투에 임해야겠죠.
에델가르트, 디미트리, 그리고 클로드……
그론다즈에서는 과거 반장들이 한 자리에서 만났던 거군요.
각자 어떤 생각으로 전장에 임했을까요?
만약 제국이 전력을 회복해서 가르그 마크까지 쳐들어온다면……
그땐 어비스도 무사하지 못할 거야. 까딱 잘못하다간 매장당할지도 모르지.
만일의 이야기야. 정말 그렇게 되면 난 모든 방법을 동원해서 여길 지킬 거지만.
하하, 든든하네. 하지만 한 치 앞도 모르는 게 전쟁이라는 거, 당신도 알잖아?
쓸데없는 걱정이라 해도 미리 주민들의 피난처 정도는 확보해 둘까……
힐다 녀석 제법 어엿한 장수처럼 의견을 내더라고.
얼마 전까진 아무것도 못하던 아가씨가 언제 저렇게 씩씩해졌는지 원.
저 녀석의 오빠…… 홀스트가 보면 분명 까무러칠 거야.
에델가르트님께서 지향하시는 바를 이해 못하는 건 아니지만……
이렇게 많은 피를 필요로 하는 이상이라면 함께하지 않아서 다행이란 생각이 들어요.
그렇죠? 저희도 모르는 사이에 같은 길을 걷지 않도록 주의해야 해요.
그런 건 알고 있어요. 하지만 전 지금 이 길을 걷고 싶어요.
포드라의 안녕과…… 누벨가의 부흥을 위해 전신전령을 다해 싸우겠어요!
옛날부터 도적이 나왔다거나 귀족끼리 싸웠다거나 하는 이야기는……
끊이지가 않았잖아. 그래서 평화롭지 않다고 생각했거든.
그런데 그게 평화로웠던 거였다니 전쟁이 일어나고 처음 알았어.
그렇게 생각하면 하피가 태어난 마을은 엄청나게 평화로운 곳이었나 봐.
어머, 선생님. 요즘 어때? 벌이는 잘되어 가?
느긋하게 이야기하고 싶지만 이래 봬도 일하는 중이라서. 미안.
전장에서 열린 동창회라니, 정말 웃지 못할 이야기야. 다들 마음고생 많이 했겠지……
그 아이들을 잘 지켜봐 줘. 당신은 지금도 「선생님」이잖아?
사방이 뒤숭숭해서 행상인들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야.
얼른 다들 웃으며 장사할 수 있는 시대가 왔으면 좋겠다.
……어비스? 선생님, 그런 곳에 흥미가 있어?
가르그 마크의 지하에 펼쳐진 고대 유적…… 그게 어비스야.
멋대로 정착한 사람들도 있지만 짐작대로 저마다 사정이 있는 사람뿐이지.
제대로 된 상인은 접근하지 않는 곳이니까 선생님도 발을 들이지 않는 게 좋을 거야.
선생님, 수고 많으십니다. 이곳은 오늘도 이상 있습니다.
뭔가 큰 전투가 있었다면서요? 당신이 무사히 돌아오셔서 안심했습니다.
죽어도 마음속에서 살아간다……는 건 듣기에만 좋은 말이니까 죽지 말아 주세요.
당신, 나랑 내기 하나 할래? 지금 어비스에 더 많은 건 어느 쪽일까?
정답이야. 똑똑한 너에게 선물을 주지. ……뭔가 묘한 수를 쓴 건 아니겠지?
오답이야. 주의력이 부족하구만. 좀 더 주위를 살피면서 살라고.
뭔가 엄청난 전투가 있었다면서? 이제 위쪽 정보는 신경을 잘 안 써서 말이야.
전쟁이 일어났던 무렵엔 야단법석이었지만 5년이나 지나면 솔직히 무뎌지기 마련이거든.
어? 얼마 전에도 위에서 전투가 있었다고? 그건 또 몰랐네……
쉿, 제 일은 비밀로 부탁드려요! 사실 저는 탈영병이거든요.
이젠 싸우는 것에 질려서…… 하지만 마을로 돌아갈 순 없으니까요.
정의나 야망 같은 것도 지긋지긋해요. 그런 것에 제 목숨은 걸 수 없어요.
……! 당신은 제랄트님의…… 그렇군요…… 어머니를 많이 닮았네요.
당신의 부모님과는 안면이 있습니다. 당신과도 꼭 한번 이야기해 보고 싶었지요.
보잘것없는 수도사입니다. 당신의 부모님과는 안면이 있지요.
그러나…… 저는 개인적인 사정으로 대수도원을 잠시 떠나 있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당신에게 부탁이 하나 있습니다만.
그녀의 묘지에 바칠 꽃을 대신 준비해 주실 수 있을까요?
당신이 준비한 꽃이라면 그녀도 분명 기뻐할 테니까요.
감사합니다. 아아…… 이 꽃은 그녀가 생전에 좋아하던 꽃입니다.
……이제 여한이 없군요.
자, 저는 슬슬 가 보겠습니다 벨레트 선생님, 부디 건강하시길.
그녀의 몫까지 제랄트님을 소중히 해 주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