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 전장은 제도가 되겠군. 결판 짓기 전에 여기로 돌아올 생각은 없어.
해야 할 일이 있다면 지금 모두 다 마쳐 놓도록 해.
미안하지만, 그 점은 어떻게든 맞춰 줘. 출발할 시간도 한정되어 있으니까.
그래, 믿음직하네. ……잘 부탁할게.
드디어 여기까지 왔구나, 선생님.
……나는 제국을 사랑해. 제국이 어떤 형태로라도 남아 있길 빌고 있지.
하지만 그것이 억지소리란 건 알아. 제국은 너무 오래 지속되었으니까.
왕국에 남은 상흔은 깊고, 동맹은 소멸했고, 백성은 위대한 통치자를 원하고 있어.
지금은 포드라 전역을 통일해서 다스려 줄 위대한 왕이 필요할 거야.
……그게 아드라스테아의 황제가 아닌 건 조금 섭섭하지만.
전쟁은 끝이 다가오면 다가올수록 희생이 커지잖아요?
승자는 단숨에 승부를 내기 위해서 치명적인 타격을 주려고 하고……
패자는 기사회생의 한 수를 치기 위해 위험을 감수하고 무리하게 관철하려 하죠.
그래서 죽게 된 사람의 입장도 알아줬으면 하는데요……
그래요. 그렇게 안 되게 조심하자고요, 선생님.
하지만 명쾌하게 떨어지질 않잖아요. 자신의 생사가 거의 운으로 결정된다니.
뭐, 그건 알지만요…… 「아직 괜찮아」일 뿐이지, 만전은 아니잖아요.
와~ 아버지랑 얼굴도 안 마주치고 제도까지 갈 수 있을 것 같아서 한시름 놨어.
무서운 소리 하지 마! 제도 공략 중에 원군으로 오면 어떡하려고!
당연히 무섭지! 실제로 제국군도 아버지가 있는 곳만 안 졌다고 하고.
……하지만 우리가 이겨서 제도를 함락하면 아버지는 어떻게 되는 걸까?
선생님! 제도에는 아마 저희 어머니가 계실 거예요!
그렇게 좋은 추억은 없지만, 그래도 아버지보다는 훨씬 소중하고……
전쟁에 휘말리지 않게 해 주세요오오오오! 부탁드립니다아아아!
으음…… 문관이라 전쟁에는 절대 나오지 않을 테지만요……
이걸로 마지막, 다음이 마지막, 그렇게 생각했는데 전투는 끝나질 않네요……
선생님, 언제나 되어야 전쟁의 끝이 오는 걸까요……?
그럼 좋겠네요……
선생님, 가능한 한 싸움이 일어나지 않는 세상을 실현하도록 해요.
……그렇겠죠.
그러니까 가능한 한 싸움이 일어나지 않는 세상을 실현해야만 해요……
사실은…… 에델가르트님, 5년 전, 저, 말했습니다.
브리기트, 제국의, 속국.
하지만, 전쟁, 어느 쪽, 편을 들지, 저, 정합니다, 자유롭게, 하라고.
저, 브리기트의 왕, 되는 사람. 자신의 길, 스스로, 선택하라고.
그리고, 그녀의 길, 저의 길, 드디어, 격돌, 합니다.
전하께 무슨 일이 생기지 않도록 부탁해. 너라면 믿고 맡길 수 있어.
그분을 잃으면 포드라에 미래는 없다. ……나도 살아갈 수 없고.
……고마워.
……그런가. 그렇다면 됐어.
……황제와 대화를 나누고 싶다니.
나 참, 아무리 상대가 의붓누나라도 그렇지, 정말 물러 터졌다니까, 우리 국왕 폐하는.
……흥. 그건 나도 알고 있어.
……딱히. 녀석도 녀석 나름대로 생각이 있겠지.
녀석들이 서로 이해하고 싸움 없이 끝나면 그게 가장 희생을 낳지 않는 길이긴 하잖아.
……정이 들어서 베지 못하겠다는 둥 그딴 소리만 안 해도 난 다행이라 생각해.
여기 대수도원에서 지내다 보면, 5년 전 기억이 새록새록 떠올라요.
선생님이나 친구들과 함께 지낸 시간은 고작 1년뿐이었다지만……
그런 생각이 안 들 만큼 알차고 정말로 정말로 즐거웠어요.
그 시절 추억이 있었기 때문에 저는 지금껏 싸울 수 있었어요.
선생님은…… 그 1년 동안 우리와 지내면서 어땠나요?
선생님도 그렇게 생각해 준다면 이보다 기쁜 일은 없을 거예요.
그렇군요…… 여러 가지 일이 있었으니까요.
……선생님. 다 함께 살아남아서 꼭 다시 여기로 돌아와요.
저도 최선을 다할게요.
우리한테 우리 나름의 정의가 있듯이 제국에도 제국 나름의 정의가 있겠죠.
……이제부터 그 정의와 정의가 서로 부딪치기 시작할 겁니다.
어느 한쪽이 옳은 것이 아니라, 이긴 쪽이 옳은 것이 되는 싸움……
둘 다 물러나지 않는 이상, 어느 한쪽이 죽을 때까지 서로 죽일 수밖에 없겠죠.
뭐…… 험난한 싸움이 되겠지만 우리, 살아서 돌아오자구요, 선생님.
드디어 제도로 향하는구나~ 왠지 가슴이 벅찬다고 할까……
저기 선생님, 제도를 함락시키면 정말로 전쟁이 끝나는 거야~?
역시, 그런가…… 하지만 언젠가는 반드시……
응, 그래. 시간은 걸릴지도 모르지만~
분명 이 싸움 너머에는 평화로운 미래가 있겠지…… 나는 그렇게 믿어.
이 싸움이…… 마지막 싸움이 되면 좋겠네요, 선생님.
전쟁이 끝나면 다들 저마다 바빠질지도 모르지만……
다시 언젠가, 함께 모여요. 이곳 가르그 마크로.
선생님도, 전하도, 아버지도, 수도원분들이나 기사분들도, 다 함께.
에헤헤…… 제가 생각했지만 참 좋은 생각인 것 같아요.
모일 수 있을까가 아니라, 모이는 거예요. 이번엔 제대로 동창회를 하고 싶거든요.
저, 맛있는 과자를 많이 구워 올 게요.
그러기 위해서라도 지금은…… ……반드시 이겨요, 선생님!
선생님이 청사자반 담임이라 정말…… 다행이라 생각해요.
당신이 이끌어 준 덕분에 우리는 여기까지 올 수 있었어요.
분명 이다음에는 힘든 싸움이 기다리겠죠. 하지만 저의 창은 당신과 함께하겠습니다.
……예. 힘냅시다, 선생님!
자, 드디어 결전의 때다! 제국을 타도하고, 퍼거스에 영광을!
하아…… 솔직하게 말하면, 동맹의 일원으로서 제국과 싸우고 싶었지만 말이야.
무엇이 어떻게 돼서 이리 되었는지. 아니, 모든 것은 클로드 탓이로군……
다음은 제도 앙바르에 가는 거였지? 무사히 돌아오면, 여동생에게 자랑할 거야.
제도에 가극장이 있다는 건 알아? 왜, 전에 마누엘라 선생님이 계셨던…… 뭐더라.
음~ 뭔가 아닌 것 같은데?
그래, 맞아. 분명 그런 이름이었어!
여동생이 말이야, 그 가극단의 무대가 보고 싶다고 어찌나 노래를 불러대는지.
뭐, 무대는 볼 수 없겠지만 말이야. 가극장의 건물 정도는 볼 수 있지 않겠어어?
이 전쟁도, 드디어 막을 내릴 때가 왔다는 느낌이네요.
전쟁이 끝나면 이 포드라는 어떻게 될까요…… 기대되네요!
……라고는 했지만, 실은 무서워요. 제도로 쳐들어가서 무사할 수 있을까, 하고.
지금부터 공격하러 가야하는 때에 에델가르트와 이야기가 하고 싶다니……
설마 그 왕자, 이제와서 그녀를 쓰러뜨리는 것을 주저하고 있는 건가요?
흐음…… 그럼 상관없지만요.
……뭐, 그들의 관계가 어떤 것인지는 그들밖에 모르는 것이니까요.
그나저나, 그렇게나 복수를 외쳤던 그가 이렇게나 인간다워지다니.
……아, 비아냥거린 것이 아니랍니다? 오히려 안심하고 있는 거예요.
포드라의 미래를 질 왕이, 냉혹하고 비정한 사람이어서는 곤란하니까요.
주여……
네…… 선생님의 무사를……
저…… 선생님의 무사를……
저도 죽지 않도록 할 테니까…… 부디 선생님도, 죽지 말아 주세요……
전장이 제도라고 해도! 적이 무서~운 에델가르트라고 해도!
선생님이 있으면 우린 반드시 이길 수 있어~!
파이팅~!!
……조금 불안해져서 소리를 내 봤어요~ 이제 괜찮아요!
드디어 다음은 염제…… 에델가르트가 상대인가.
이 전투는 포드라의 미래를 건 중요한 전투임에 틀림없지만……
나에게 있어선 스승님을 위한 복수전이기도 해. 기합을 잔뜩 넣어서 임하겠어……!
앙바르의 어딘가에서 레아는 자네의 도래가 가까워졌다는 걸 느끼고 있을까……
이제 곧 출격이야. 나도 최선을 다하지. 자네도 단단히 준비해 주게.
제도 앙바르…… 실은 제가 태어난 곳이랍니다.
그 거리의 교회에서 아버지와 어머니가 만났고, 제가 태어났어요……
하아…… 그렇게 소중한 곳에서 전쟁이라니. 슬픈 일이에요……
제도 앙바르라…… 그 도시에는 괴로운 추억이 가득하다네.
때문에 나는 제국 귀족의 지위를 반납하고 계속 피해 왔었지.
그래…… 하지만 이렇게 막상 돌아간다 하니 각별한 생각이 드는군……
제국을 끝내야지. 그걸 위해서 돌아온 것이라 하더라도……
지금까지 위험하고 험난한 길을 계속 함께 걸어 온 동료들……
서로 뒷받침하고, 격려하고, 때로는 부딪치기도 하면서 연을 쌓았잖아?
그런데 왜! 아무도 나랑 사랑을 쌓으려고는 안 하는 거야!?
안 초조해, 나는! 초조할 리가……!
어디에 있는 걸까? 내 희망은 어디에!?
……그게 현실적인 선택지로 떠오르기 시작했어.
이렇게 되면 이제 당신밖에 없어. 어때? 내가 뭐든지 할게, 당신.
이렇게 된 이상 당신도 독신으로 있어 줘. 그리고 나랑 둘이서 서로를 위로해 주자.
설령 그 어떤 대의명분이 있더라도 우리가 하는 것은 전쟁이란 이름의 살상 행위……
결전을 향해 서두르는 것은 어쩔 수 없지만, 자신이 한 짓의 죗값을 잊어서는 안 됩니다.
……죄송합니다. 제 나쁜 버릇이 나왔군요. 저도 모르게 잔소리를.
우리는 많은 것을 잃으면서 동시에 적으로부터 많은 것을 빼앗았지요.
이처럼 어리석은 행위는…… 이제 이걸로 끝내고 싶습니다.
드디어 제국과의 결전…… 길고 혹독한 전쟁이었어, 선생.
반드시 레아님을 되찾고! 황제를…… 단장님의 원수를 물리치겠다!
분명 단장님도 그대와 우리 군을 하늘 위에서 지켜보고 계실 테지.
그럭저럭 막바지구나, 선생님.
레아님도 내가 나타나기를 이제나저제나 하고 기다리고 계시겠지.
하하하, 그렇게 생각 안 하잖아. 신경 쓰지 마.
이봐, 정직하네, 당신은. 조금은 신경 좀 써 줘.
레아님이 기다리는 건 내가 아니라 당신이겠지. 분하지만.
10년 전, 다그다・브리기트 연합군이 서쪽에서 제국을 침공했을 때……
그 최종 목표는 수도인 앙바르였다고 들었어.
하지만 연합군은 제국 내 침공은커녕, 물가의 항만 도시에서 요격당했지.
우리도 갔다가 돌아오고, 여러 일이 있었지만 이렇게 제도를 침공하는 데까지 도달했네.
이제 곧 레아님을 만날 수 있다고 생각하니까 청소하는 데에도 기합이 들어가 버려요.
……분명 만날 수 있겠죠?
제도에서 선생님을 기다리고 계실 거예요. 반드시 레아님을 찾도록 해요.
선생님, 수고 많으십니다! 오늘도 이상 없습니다!
결전의 때가 다가오고 있군요! 저도 긴장되기 시작했습니다!
제도 앙바르의 역사는 1400년. 제국 성립 전부터 있던 도시라고 합니다.
세이로스교에게는 하나의 성지이기도 하니, 무척 중요한 곳인 거죠.
결전이 이루어질 때도, 여긴 제게 맡겨 주세요! 대수도원은 제가 반드시 지키겠습니다!
여기서는 얻을 수 없는 물건도 지하에 가면 얻을 수 있을지 모릅니다.
……가르그 마크의 지하를 모르신다고요? 그곳은 지상에 머무르지 못하는 이들의 낙원이죠.
어비스 녀석들…… 매일 문제나 일으키고 말이야.
차라리 가르그 마크의 지하를 통째로 소탕해 버리면 좋을 텐데……
저기, 저는…… 계속 페르디아에서 코넬리아의 부하로서 일했습니다……
죽고 싶지 않아서 그 녀석을 따랐지만 그 뒤에 죽고 싶을 만큼 후회했습니다.
난 왜 이런 짓을 했던 걸까 하고…… 그래서…… 이렇게 돼서 다행입니다.
전 이번에야말로 마지막까지 왕국을 위해…… 제가 믿는 것들을 위해 싸우겠습니다!
제도 앙바르의 시가에는 훌륭한 운하가 흐르고 있다는 거 아십니까?
그 운하는 제국 성립 이전에 성 세이로스의 지도에 따라 건설된 것이라 전해집니다.
이후, 운하는 제도 앙바르가 발전하는 데에 막대한 공헌을 했지요.
그런데 제국은…… 은혜를 원수로 갚는다는 게 딱 이 꼴이군요.
제도를 침공한다는 건 즉, 황제와 검을 맞댄다는 거죠……
부디 방심하지 마세요. 황제는 승리를 위해서라면 수단을 안 가린다고 들었어요.
그리고 궁내경 휴베르트도 주의하세요. 꽤 똑똑한 책략가인 모양이에요.
미안하지만 우리는 못 싸워. 할 수 있는 건 필요한 물자를 빌려주는 것뿐이야.
뭐, 남은 건…… 그렇지. 여신님께 당신들이 무사하길 비는 것 정도려나.
이겨서, 살아서 돌아와. 빌려준 몫은 제대로 받아 내야 하니까 말이야.
나에게는 더스커의 피가 흐른다. 퍼거스는…… 증오스러운 원수지만……
그 남자가 왕이 된다면 힘을 빌려줘도 될 것 같았어.
우리가 가슴 펴고 살 수 있는 나라를 만들어 주리라고 믿으니까.
……후후, 기대하마. 패배는 용납하지 않겠어.
장사하는 김에 왕도 상태를 보고 왔어요. 부흥하려면 아직 과제가 남아 있겠지만……
꽤나 안정된 것 같았고, 옛날의 활기도 되살아나고 있어요.
분명 예전보다 좋은 나라가 되겠죠…… 지금은 왠지 그런 기분이 듭니다.
다음에 출격하면 당분간은 제대로 된 식사를 못하겠죠?
지금 확실하게 먹어 두고 체력을 쌓아 주세요.
레아님은 제도 앙바르의 궁성 내에 붙잡혀 계실 가능성이 높을 것 같습니다.
그렇다면 앙바르 시가지를 제압하고 즉시 궁성을 함락시키고 싶군요.
시가전과 공성전…… 연전이 될 것 같지만 반드시 승리해서 레아님을 구출합시다.
황제는 얼굴이 어떻게 생겼지? 분명 엄청나게 무서운 얼굴이겠지~
……어라, 안 그래? 난 본 적이 없어서 모르겠는데……
왕국이나 동맹을 멸망시키려고 했고, 무엇보다 대사교님을 붙잡아 갔잖아?
그런 끔찍한 짓을 하니까 분명 악신처럼 무서운 얼굴일 줄 알았지.
………………
……그렇게 뜻밖이야? 이래 봬도 내가 여신님은 그럭저럭 믿는 편인데.
……그래. 옛날부터 큰일을 치르기 전에는 여신님에게 기도를 올리도록 하고 있거든.
나는 성구라곤 조금도 모르지만 어머니가 매번 이러시곤 했으니까……
당신 몫까지 기도해 줄게. 무사히 돌아오게 해 달라고 말이야.
얼핏 들었는데…… 디미트리 녀석 황제와 대화를 나눌 생각이라며?
이렇게 죽어라 싸워 놓고 이제 와서 뭘 얘기하겠다는 건지. 시간 낭비라고.
그렇지? 어차피 만날 거면 거기서 주먹질이나 하는 게 나을 텐데.
그래? 대화할 시간이 있으면 그 시간에 주먹질이나 하는 게 나을 거 같은데.
별수 없지, 내가 디미트리 녀석에게 말하고 올게. 말이 아니라 주먹으로 이야기하라고 말이야!
레아님께서 제도에 구금되어 있을지도 모른다고 들었는데, 그게 사실인가요?
제국의 긴 역사를 통틀어 그러한 전례는 찾아볼 수 없어요. 레아님을 가두어 무엇을……
에델가르트님의 진의를 알 수 없다는 게 분하네요. 제가 귀족이라면……
이젠 이룰 수 없는 바람이라는 건 알지만 제 무력함이 한탄스럽기 짝이 없어요!
이걸로 전쟁도 끝나려나? 계속 지하에 있어서 그런가, 순식간에 지나간 것 같아.
전쟁이 끝난 뒤의 일은 하나도 생각해 둔 게 없는데…… 뭐, 괜찮겠지?
뭐~? 너는 어떻게 할 건데? 아니, 너는 이미 생각해 뒀겠지.
그래야지. 너는 어떻게 할 거야? 아니, 너는 이미 생각해 뒀겠지.
대답은 나중에 들을 테니까 전쟁이 끝나면 알려줘.
어머, 선생님. 요즘 어때? 벌이는 잘되어 가?
느긋하게 이야기하고 싶지만 이래 봬도 일하는 중이라서. 미안.
이 전쟁도 드디어 막바지에 다다른 걸까…?
무사히 평화로운 시대가 찾아온다면 다시 행상을 다니며 돈을 그러모을 거야.
사방이 뒤숭숭해서 행상인들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야.
얼른 다들 웃으며 장사할 수 있는 시대가 왔으면 좋겠다.
……어비스? 선생님, 그런 곳에 흥미가 있어?
가르그 마크의 지하에 펼쳐진 고대 유적…… 그게 어비스야.
멋대로 정착한 사람들도 있지만 짐작대로 저마다 사정이 있는 사람뿐이지.
제대로 된 상인은 접근하지 않는 곳이니까 선생님도 발을 들이지 않는 게 좋을 거야.
선생님, 수고 많으십니다. 이곳은 오늘도 이상 있습니다.
드디어 이 전쟁도 막바지에 이르렀네요. 끝까지 살아남으셔서 힘내 주세요.
저도 슬슬 이곳을 나갈까 싶어요. 새로운 시대가 오면, 좋은 기회잖아요?
요즘은 살기 좋아. 왕국군 녀석들 기분도 좋아 보이고.
처음엔 정말 끔찍했거든. 마을 사람을 공격하는 녀석도 있었으니까.
그에 비해 지금은 씀씀이도 큰 데다가 빈틈투성이…… 나쁜 짓 하려는 건 아니야.
……! 당신은 제랄트님의…… 그렇군요…… 어머니를 많이 닮았네요.
당신의 부모님과는 안면이 있습니다. 당신과도 꼭 한번 이야기해 보고 싶었지요.
보잘것없는 수도사입니다. 당신의 부모님과는 안면이 있지요.
그러나…… 저는 개인적인 사정으로 대수도원을 잠시 떠나 있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당신에게 부탁이 하나 있습니다만.
그녀의 묘지에 바칠 꽃을 대신 준비해 주실 수 있을까요?
당신이 준비한 꽃이라면 그녀도 분명 기뻐할 테니까요.
감사합니다. 아아…… 이 꽃은 그녀가 생전에 좋아하던 꽃입니다.
……이제 여한이 없군요.
자, 저는 슬슬 가 보겠습니다 벨레트 선생님, 부디 건강하시길.
그녀의 몫까지 제랄트님을 소중히 해 주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