율리스 & 도로테아 A / houses.fedatamine.com

율리스, 도로테아 enter the scene

도로테아

저, 율리스…… 슬슬 평범하게 대해 줄 때가 되지 않았어?

율리스
………………

도로테아

무대로 끌어낸 건 미안해. 하지만 그걸 아직까지 마음에 담아 두다니……

율리스

딱히…… 마음에 담아 두진 않았어.

도로테아

그럼 왜 나랑 마주칠 때마다 굳은 표정으로 시선을 피하는 거야?

율리스

………………

율리스

아니…… 내 도량이 너무 작아서 자기혐오에 빠졌다고 하면 이해하겠어?

도로테아

자기혐오!? ……당신은 그런 단어와는 인연이 없는 사람인 줄 알았는데.

율리스

넌 더러운 뒷골목에서 자기 발로 걸어나와 가희로서 무대에 올랐는데……

율리스

그런 널 객석에서 보던 나는 귀족들의 비위를 맞춰 출세하는 것밖에 할 줄 몰랐지.

율리스

지금이야 이런 삶에 긍지를 갖고 있지만 처음 무대에서 널 봤을 때는……

율리스

눈이 부셔서 견딜 수가 없었어. 널 볼 때마다 그때가 떠올라.

율리스

나 자신의 추악함과 더러움을 그렇게 뼈저리게 깨달은 순간은 그때뿐이었어.

도로테아

……그래서 노래를 싫어하게 된 거야? 아니, 다른 이유가……

율리스

그래. 그 무렵 제도에는 가희 도로테아를 제 것으로 만들고 싶어 하는 귀족들이 넘쳐 났지.

율리스

기를 써도 손에 넣지 못하니 조악한 대체품으로 타협하고자 하는 녀석들도 많았고.

도로테아

그래도 똑바로 살아온 당신이 추악하고 더러운 존재라면……

도로테아

당신이 본 나는 공허한 허상이야. 진짜 나는 좋아하는 것마저 빼앗기고……

도로테아

난 말이지, 어렸을 때 노래하는 게 좋았어. 아무리 괴로워도 노래에 의지하며 살았지.

도로테아

마누엘라 선배를 만나 가극단에 들어간 건 틀림없는 행운이었어.

도로테아

하지만 그 대신…… 난 내가 노래를 좋아하는지 아닌지 모르게 돼 버렸어.

율리스

알 수 없는 녀석이네…… 강한 건지, 쓸데없이 여린 건지……

율리스

네가 노래를 좋아하는지 어떤지는 몰라도 싫어하는 것처럼 보이진 않던데.

율리스

나를 가희로 만들려고 분투하던 넌 평소보다 훨씬 즐거운 표정으로 웃었어.

도로테아

……후후, 그럴지도 몰라. 그때는 정말 순수하게 즐거웠던 것 같아.

율리스

넌 길을 잃은 것뿐이야. 내가 노래를 싫어하는 것도 비슷한 경우니까 이해해.

율리스

이봐, 이번엔 아예 귀족을 상대하지 않는 가극단이라도 들어가 버리면……

도로테아

! ……그거 좋은 생각이야! 나와 당신이 새로운 가극단을 세우는 거야.

율리스

뭐? 갑자기 무슨 소리야.

도로테아

세상에는 우리처럼 갈 길을 찾지 못한 사람들이 많이 있어.

도로테아

그런 사람들을 많이 모아서 포드라 제일의 가극단을 만든다면……

도로테아

나답지 않게 꿈을 가져 버렸네. 물론 전쟁이 끝난 후에나 가능하겠지만.

율리스

……………… ……가극단, 가극단이라.

율리스

……하하, 재밌어 보이는데! 좋은 장사가 될 거야.

도로테아

후후, 당신은 정말 현실적이구나. 근본은 이상주의자면서.

율리스

누가 할 소리…… 하지만 나도 네 그런 면이 싫진 않아.

도로테아

후후…… 나야말로 당신의 그런 면이 좋아.

도로테아

그런 당신이기 때문에 함께 꿈을 꾸고 싶은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