율리스 & 도로테아 A / houses.fedatamine.com

율리스, 도로테아 enter the scene

저, 율리스…… 슬슬 평범하게 대해 줄 때가 되지 않았어?

율리스
………………

무대로 끌어낸 건 미안해. 하지만 그걸 아직까지 마음에 담아 두다니……

딱히…… 마음에 담아 두진 않았어.

그럼 왜 나랑 마주칠 때마다 굳은 표정으로 시선을 피하는 거야?

………………

아니…… 내 도량이 너무 작아서 자기혐오에 빠졌다고 하면 이해하겠어?

자기혐오!? ……당신은 그런 단어와는 인연이 없는 사람인 줄 알았는데.

넌 더러운 뒷골목에서 자기 발로 걸어나와 가희로서 무대에 올랐는데……

그런 널 객석에서 보던 나는 귀족들의 비위를 맞춰 출세하는 것밖에 할 줄 몰랐지.

지금이야 이런 삶에 긍지를 갖고 있지만 처음 무대에서 널 봤을 때는……

눈이 부셔서 견딜 수가 없었어. 널 볼 때마다 그때가 떠올라.

나 자신의 추악함과 더러움을 그렇게 뼈저리게 깨달은 순간은 그때뿐이었어.

……그래서 노래를 싫어하게 된 거야? 아니, 다른 이유가……

그래. 그 무렵 제도에는 가희 도로테아를 제 것으로 만들고 싶어 하는 귀족들이 넘쳐 났지.

기를 써도 손에 넣지 못하니 조악한 대체품으로 타협하고자 하는 녀석들도 많았고.

그래도 똑바로 살아온 당신이 추악하고 더러운 존재라면……

당신이 본 나는 공허한 허상이야. 진짜 나는 좋아하는 것마저 빼앗기고……

난 말이지, 어렸을 때 노래하는 게 좋았어. 아무리 괴로워도 노래에 의지하며 살았지.

마누엘라 선배를 만나 가극단에 들어간 건 틀림없는 행운이었어.

하지만 그 대신…… 난 내가 노래를 좋아하는지 아닌지 모르게 돼 버렸어.

알 수 없는 녀석이네…… 강한 건지, 쓸데없이 여린 건지……

네가 노래를 좋아하는지 어떤지는 몰라도 싫어하는 것처럼 보이진 않던데.

나를 가희로 만들려고 분투하던 넌 평소보다 훨씬 즐거운 표정으로 웃었어.

……후후, 그럴지도 몰라. 그때는 정말 순수하게 즐거웠던 것 같아.

넌 길을 잃은 것뿐이야. 내가 노래를 싫어하는 것도 비슷한 경우니까 이해해.

이봐, 이번엔 아예 귀족을 상대하지 않는 가극단이라도 들어가 버리면……

! ……그거 좋은 생각이야! 나와 당신이 새로운 가극단을 세우는 거야.

뭐? 갑자기 무슨 소리야.

세상에는 우리처럼 갈 길을 찾지 못한 사람들이 많이 있어.

그런 사람들을 많이 모아서 포드라 제일의 가극단을 만든다면……

나답지 않게 꿈을 가져 버렸네. 물론 전쟁이 끝난 후에나 가능하겠지만.

……………… ……가극단, 가극단이라.

……하하, 재밌어 보이는데! 좋은 장사가 될 거야.

후후, 당신은 정말 현실적이구나. 근본은 이상주의자면서.

누가 할 소리…… 하지만 나도 네 그런 면이 싫진 않아.

후후…… 나야말로 당신의 그런 면이 좋아.

그런 당신이기 때문에 함께 꿈을 꾸고 싶은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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