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생님, 제도까지 따라와 줘서 정말 고마워.
내 즉위 사실이 알려지는 건 약간의 시간이 지난 다음이 될 거야.
그때까지 비밀로 해 주겠어? 이래저래 준비도 필요할 테고……
그래서 휴베르트는 이번 달 대부분을 수도원 밖에서 보낼 거야.
선생님, 돌아왔어. 해야 할 일도 무사히 마쳤고.
사실 당신도 동행해 주길 바랐지만…… 인생은 뜻대로 안 된다는 게 사실인가 봐.
……부탁해, 선생님. 네 입으로도 전하께 쉬라고 말해 줘.
아니…… 그렇게 걱정할 것 없다니까. 얼굴색이 좋지 않다고 마냥 쉬라니.
살짝 머리는 아프지만, 그저 수면 부족이야. 이번 달 과제를 하는 데는 지장 없어.
전하. 선생님도 이리 말하지 않습니까. 최소한 과제 전까지는 쉬어 주십시오.
……사양할게. 누워 있어 봤자, 어차피 쉬어지지도 않아.
하지만……
그것참…… 네가 내 어머니인가, 두두.
……뭐, 어찌 되었든 말이야. 이번 달도 함께 힘내자, 선생님.
여어, 선생님. 혼자서 돌아다녀도 괜찮은 거야? 또 갑자기 쓰러지거나 하지 말라고.
그건 그렇고…… 레아씨는 당신에게 무엇이 하고 싶은 걸까?
뭐, 어쨌든 성묘에서의 의식에 입회할 수 있게 된 건 다행이야.
무슨 일이 일어날지, 혹은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을지…… 이 눈으로 확인해 주겠어.
당신은 평범하지 않을 거라고는 생각했지만, 결국은 인간 외의 존재가 되어가는군.
……이 변모는 뭔가의 계기에 지나지 않아. 이제부터가 진짜라는…… 그런 느낌 안 들어?
에델가르트도, 휴베르트도, 이번 달엔 이상하게 분주해 보여.
빈번히 가르그 마크를 나가고…… 제국에서 무언가 하고 있는 건가?
에기르가의 적자인 나에겐 아무런 정보도 들어오지 않았는데.
무슨 일이 생긴 거라면 아버지께서 말씀해 주셨을 텐데 말야……
아, 선생님, 무사하신가요? 한네만 선생님께 무슨 일 안 당하셨어요?
그럼 제가 하고 싶은…… 아, 아뇨, 역시 연구해 보고 싶어서요.
그도 그럴 게, 아무리 문장의 힘이 대단하다곤 해도 한도라는 게 있잖아요.
레아님이 말씀하시는 여신의 가호란 것도 개인적으로는 썩 와닿지 않아서 말이죠……
선생님, 또 강해졌구나! 젠장~ 갈 길이 너무 멀다고!
하지만 그래야 선생님이지! 앞으로도 우리를 잘 이끌어 줘!
물론, 그럴 생각이야! 난 언젠가 선생님도 이길 거니까!
친절하게~? 마구마구 굴려 줘도 상관없다고?
배고파…… 앗, 선생님?
죄송해요…… 이번 달엔 어쩐지 안 내켜서……
끼니를 때우러 방을 나서는 것도 힘이 드네요.
딱히 선생님의 외모가 변한 것과는 상관없답니다.
……앗, 그러니까 문은 열지 말아 주세요!
요즘 들어 어째서인지 선생님이 멀게만 느껴져요.
구름 위 사람 같달까, 초월적인 존재 같달까……
저는 어쩌면 좋을까요?
후후훗, 괜찮아요. 그냥 말해 보고 싶었을 뿐이니까요.
브리기트, 전설, 있습니다. 사람 몸, 깃드는, 정령 이야기입니다.
정령, 깃든, 사람, 강한 힘, 가집니다. 하늘, 날고, 바다, 달릴 수 있습니다.
머리칼, 곤두서다, 눈동자, 빛나다…… 선생님도, 공통점, 있습니다, 입니다.
정말, 입니까? 날개, 돋는다, 하늘, 안 납니까?
선생님, 전설처럼, 굉장한, 힘, 선보일 것입니다.
어이…… 나쁜 뜻으로 하는 말이 아니야. 얼른 저 멧돼지를 어디든 묶어 놔.
마음이 붕 떠서 그런지 모르겠지만, 검도 생기를 잃었어. 저대로 두면 분명 죽을걸.
크로니예, 솔론…… 놈들이 죽어도 아직 적은 남아 있다.
사신기사, 그리고 염제……
다시 검을 맞댈 날도 그리 멀지 않겠지. 훗…… 기대되는군.
성묘는 어떤 곳일까요. 저는 전혀 상상이 안 가는데……
성묘도 말하자면 무덤……이죠. 그것도 지하 깊이 있는……
그, 그렇겠죠…… 신성한 장소라고 해도 무덤은 무덤……
계시를 받는 의식이라니, 도대체 어떤 의식일까요……?
그나저나 정말, 딴사람처럼 변해 버렸네요.
하하하, 뭐, 그야 그렇겠죠. 보면 압니다, 대충.
아니, 좀 낯설다 뿐이지, 아~주 어울려요.
아니, 이상하지 않아요. 그 색깔도 선생님의 아름다운 얼굴에 잘 어울려요……
아아…… 아니~ 농담이라니까요! 그런 눈으로 째려보지 말아 주세요!
오, 선생님? ……맞나? 이거, 실례했군요. 순간 사람을 잘못 봤나 싶어서.
여신님으로부터 힘을 받았다니…… 역시 선생님은 특별한 분이셨군요.
혹시 세이로스님도 계시를 받은 다음, 선생님처럼 모습이 달라졌을까요?
으~음, 내가 아는 한, 그런 이야기는 없는데……
전설이나 신화로 전해지지 않을 뿐, 그랬을지도 모르지~
세이로스님께는 그 힘을 올바르게 써서 백성을 구원하라는 계시가 내려졌다는데……
선생님께는 어떤 계시가 내려지는 걸까요.
……으앗, 선생님! 죄, 죄송해요. 몇 번을 봐도 좀처럼 익숙해지질 않아서……
머리 색깔도 눈 색깔도 전혀 다르니까, 마치 선생님이 아닌 것 같아요.
에헤헤…… 그렇겠죠. 나도 참, 무슨 소리를 하는 건지.
아이참, 이상한 말 하지 말아 주세요! 선생님은 선생님이잖아요? ……그렇죠?
……으앗, 선생님! 죄송해요, 조금 놀라서요.
……솔직히 말해서, 얼마 전의 사건에 대해서는 나조차도 이해를 하지 못하고 있어.
모니카가 크로니예? 토마슈가 솔론? 녀석들은 대체 정체가 뭐야?
애초에, 선생님은 정체가 뭐지? 우리 편인 건 틀림없겠지?
그럴 것, 인가…… 시원찮은 답이지만, 지금은 믿을 수밖에 없겠지.
나 원…… 똑바로 해 달라고. 우리를 이끄는 것이 교사의 역할이잖아?
당신, 선생님 맞지? 엄청 바뀌었잖아……
머리카락이랑 눈 색 외에도 뭔가 바뀐 건 없어? 팔뚝이 두꺼워졌다든가, 복근이 생겼다든가.
오오, 정말이야!? 좋겠다아, 나도 변신하는 법 알려 줘어.
뭐야, 그런 거야? 그럼 별로 의미 없었네에!
이번 달 과제, 성묘에서의 의식이라면서요? 거기서 여신님의 계시를 받는다고……
설마 여신님께서 나타나시는 걸까요? 그렇다면, 저도 볼 수 있는 걸지도……?
예전부터 여신님의 모습을 상상했거든요. 분명 틀림없이 아름다우실 거예요!
선생님! 성묘에서 의식을 치르신다면서요? 거기서 여신님의 계시를 받는다고……
설마 여신님께서 나타나시는 걸까요? 그렇다면, 부럽네요……
그 머리카락과 눈 색…… 선생님의 몸에 무슨 일이 일어난 건가요?
설마, 그 힘을 얻은 대가로 뭔가를 잃거나 하신 것은……?
그렇군요…… 안심했어요. 저기, 무리는 하지 말아 주세요.
과도한 힘에 몸이 버틸 수 없게 되는 일도 있어요…… 무리는 하지 말아 주세요.
과거 성자 세이로스는 주로부터 계시를 받고 엄청난 힘을 가졌다고 해요……
선생님도, 성자 세이로스처럼……?
어라~? 하지만 계시를 받기 전에 선생님은 변신해 버리셨잖아요?
변신했다는 건, 이미 뭔가 힘을 받아 버렸다는 뜻 아닌가~?
그럼, 의식으로 받을 계시라는 것은, 어떤……?
그 힘으로 포드라의 백성들을 구하세요…… 같은 말씀을 내려 주시는 것 아닐까~?
그치만, 여신님의 목소리가 직접 들려온다거나, 그런 일은 아무래도 없지 않을까~?
선생님의 그 변한 모습을 보면 스승님도 놀랐겠지……
게다가 이번 달에는 성묘에서 의식을 치른다며? 나 참, 뭐가 어떻게 되어 가는 건지……
……당신이라면 괜찮을 거라고 생각하지만, 앞으로 무슨 일이 생겨도 스스로를 잃지 마.
모습이 바뀌더라도, 어떤 힘을 얻더라도, 당신은 당신이니까.
………………
……흠, 자네인가.
잠깐 생각할 게 있어서 말야. 미안하지만 지금은 혼자 있게 해 주겠나.
선생님, 저 기뻐요. 머리칼과 눈동자 색이 닮아, 꼭 맞춘 것만 같잖아요.
그런데…… 요즘 오라버니와 레아님의 사이가 삐걱이는 것 같아요.
레아님이 성묘에서 무엇을 하시려는 건지는 모르겠지만……
그게 끝나면, 다시 전처럼 사이좋게 지낼 수 있을까요……
어머! 선생님…… 모습이 많이 바뀌셨네요.
머리칼도 눈동자도…… 저와 비슷한 색이라 꼭 맞춘 것만 같아 기뻐요.
자네는 도대체…… 정체가 무엇인가. 그 모습은 불꽃의 문장 때문인가?
아쉽게도, 네메시스의 머리칼과 눈동자의 색이 변했다는 기록은 확인할 수 없다네.
자네의 변화가 문장의 힘에 의한 것이라면……
이것은 특별한 발견일세. 자, 어서 벗어 보게나!
……아니, 미안하네. 몸에 다른 변화는 없는지 확인해 보고 싶었을 뿐이라네.
마누엘라를…… 마누엘라 선생을 불러 확인해 보는 수밖에 없겠군.
성묘, 라. 가르그 마크의 지하에 그런 게……
여기서 몇 년이나 일했지만 그런 사실은 금시초문이라고.
하지만 이제야 알겠어. 줄곧 이상하다고 생각했거든.
포드라의 중앙이라곤 해도, 굳이 이런 산속에 수도원을 세울 이유가 없잖아.
그나저나, 이 수도원이 생겼을 쯤엔 아직 왕국도 동맹도 없었을 텐데.
그런데 용케도 제국, 왕국, 동맹의 한가운데에 자리 잡고 있단 말이지.
가끔 생각합니다. 가르그 마크를 떠나 제자리로 돌아가야 하는 것 아닌가, 하고요.
영원히, 현실을 외면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죄송합니다, 괜한 소릴 했군요. 늙은이의 헛소리니 흘려들어 주십시오.
……그러고 보니, 이번 달 과제에선 레아님도 동행하신다 전해 들었습니다.
그분은 포드라 백성의 버팀목이십니다. 만일의 경우가 없도록, 부탁드립니다.
단장님……
……핫, 선생! 언제부터 거기에! 전혀 눈치채지 못했지 무언가!
아니, 그게 실은 제랄트님의 유품을 정리 중이었네만……
그리운 물건이 잇달아 나오니 좀처럼 일이 진행되지 않는군.
그런데…… 이제 이 방은 누가 쓰게 되려나?
지난 달 전투로 인해 적의 전력은 상당히 줄었을 거야.
하지만 염제를 시작으로 여지껏 종적이 묘연한 상대도 있지.
얼른 녀석들을 해치운 다음 수도원의 평화를 되찾고 싶어.
……그나저나 느낌이 안 좋아. 근거는 없지만 전투의 냄새가 나.
쓸데없이 오래 사는 녀석이나, 머리칼 색이 바뀌는 녀석도 있고……
포드라는 별세계인가? 영웅의 유산도 있고 말야.
뭐, 그렇겠지. 지금까진 아직 사람으로 보이고.
글쎄다, 궁금하면 직접 가 봐. 나는 제국 너머 서쪽을 추천하지.
선생님, 그 머리 색…… 눈 색도 레아님과 살짝 비슷하네요.
좋겠다…… 저도 노력하면 그런 색이 될 수 있을까요.
선생님처럼 이상한 곳에 삼켜졌다가 탈출하면 되려나요.
필요한지 아닌지는 제가 결정할 일이죠.
아무 걱정하실 필요 없습니다. 당신은 주의 힘을 받았으니까요.
아버지 제랄트의 죽음을 극복하고 사악한 적을 멸한……
그런 당신을, 저도 자랑스레 여기고 있습니다.
후후…… 성묘에서 의식을 치르면 모두 잘될 것입니다.
그렇겠지요. 하지만 그런 불안도……
성묘에서 무사히 의식을 치르면 사라질 것입니다.
선생님, 수고 많으십니다! 오늘도 이상 없습니다!
그런데 선생님은 이상 있으시군요! 순간, 수상한 사람인 줄 알았습니다.
감이 좋은 저는 금방 알아봤지만요.
아하~ 선생님께서 새로운 힘을 손에 넣으셨구만, 하고 말이죠!
여기서는 얻을 수 없는 물건도 지하에 가면 얻을 수 있을지 모릅니다.
……가르그 마크의 지하를 모르신다고요? 그곳은 지상에 머무르지 못하는 이들의 낙원이죠.
어비스 녀석들…… 매일 문제나 일으키고 말이야.
차라리 가르그 마크의 지하를 통째로 소탕해 버리면 좋을 텐데……
지금은 학생으로서 지내고 있지만 이곳을 졸업하면 구름 위 왕후 귀족.
당신, 학생들을 너무 막 대했다간 머지않아 해고당할지도 모른다고.
……농담이야, 학생들 표정을 보면 그런 일은 없을 거란 걸 알 수 있지.
제자들이 졸업해도 사이좋게 지내. 당신은 그들의 「선생님」이니까.
올해는 이래저래 터무니없는 한 해였어……
뭐, 좌우간 학생들은 1년간의 학교 생활도 다음 달로 끝이네.
다음 달 말에는, 소소하지만 졸업을 축하하는 의식을 열 예정이지.
그때까지 그들이 마음 편히 지내도록 이번 달도 열심히 직무에 힘써 주길 바라네.
얼마 전, 볼일이 생겨 집무실 근처를 지나가다가……
레아님과 세테스씨가 설전을 벌이는 듯한 소리를 들었어.
말이 설전이지, 세테스씨가 레아님을 일방적으로 몰아붙이는 느낌이었지만……
방금 마을에 나갔다 왔는데 어쩐지 평소보다 사람이 많은 것 같아.
이번 달에는 제사 예정도 없을 텐데 말이지……?
……모니카, 아니, 크로니예는 죽었어. 솔론 또한, 자네의 손에……
다른 누구도 아닌 자네 손으로 원수를 갚아, 분명 제랄트님께서도 기뻐하고 계실 거야.
그나저나…… 꽤나 분위기가 바뀌었군. 아니 물론 이건 이것대로 나쁘지 않아.
그래서, 바뀐 건 외모뿐이야? 성격이 바뀌거나 하진 않았고?
……좋아, 농담은 할 수 있나 보군. 그럼 너무 걱정하지 않아도 되겠어.
흐응……? 진짜 외모만 변했다고? 그럴 리 없잖아.
뭐, 아무튼 난 당신과의 관계를 바꿀 생각은 없으니까 안심하라고.
……당신이 누구인지는 알 바 아니지만 귀찮은 일에 휘말리기 전에 돌아가.
아니면 누군가의 지시로 어비스에 온 거야? 그런 거라면 마땅한 대접을 해 드리고.
……잠깐, 당신. 설마 교사야? 최근 대수도원에 왔다는 전직 용병 말이야.
흐응, 당신이 소문의 그…… ……뭐, 그런 거라면 상관없지.
내 이름은 율리스. 앞으로도 여기 올 생각이면 기억해 둬.
어이, 어이…… 네 몸 괜찮은 거야? 인체의 신비에도 정도가 있지.
그나저나 여신님도 만났다던데. 어땠어? 엄청나게 아름다우셔?
그러냐! ……신도를 계속해서 다행이군. 앞으로도 주를 생각하며 싸워야겠어.
뭐야, 정말이야? 내가 들은 이야기랑 다르잖아.
……그나저나 그 녀석들의 목적은 도무지 짐작이 안 가. 도대체 무슨 속셈일까.
흠? 못 보던 얼굴이군. 너, 여기 주민 아니지?
교사? 아, 소문의 신임 교사구나! ……그래도 나보다 분명 어리겠지?
내 이름은 발타자르. 동맹령 출신이지. 잘 부탁한다.
어머, 당신…… 누구시죠? 어비스에 어울리지 않는 외모인데요.
혹시 지상에서 내려오셨나요? 도대체 무엇이 목적이시죠?
……생각났어요. 당신, 레아님께서 손수 발탁하셨다는 신임 교사 맞죠?
지하에도 소문이 파다하게 났답니다. 제 이름은 콘스탄체 폰 누벨!
앞으로 기억해 주시길 바라요? 오~홋홋홋홋홋!
그 모습, 선생님이 주의 힘을 받았다는 게 사실이었군요.
그래도 너는 너잖아. 아니면 다른 사람이 된 거야?
그렇지? 앞으로는 전처럼 이야기할 수 없으면 어떡하나 했다고.
……재미없어. 그래도 여전한 것 같아서 다행이야.
그래도 당신이 특별한 존재라는 건 이걸로 명확해졌네요.
특별하다는 이유로 이런저런 일에 휘말리지 않으면 좋을 텐데. 이미 늦은 것 같지?
……네 정체가 뭔지 맞혀 볼까?
사관학교에 새로 온 선생님이지? 하피, 알고 있어.
여기에도 조금 소문이 났거든.
흐응…… 이런 얼굴이었구나. 생각보다 평범하게 생겼네.
어머, 선생님. 요즘 어때? 벌이는 잘되어 가?
느긋하게 이야기하고 싶지만 이래 봬도 일하는 중이라서. 미안.
어머, 선생님. 분위기가 조금 바뀌었네.
요새 불온한 공기가 감돌던데 그거랑 무슨 관계라도 있어……?
사방이 뒤숭숭해서 행상인들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야.
얼른 다들 웃으며 장사할 수 있는 시대가 왔으면 좋겠다.
……어비스? 선생님, 그런 곳에 흥미가 있어?
가르그 마크의 지하에 펼쳐진 고대 유적…… 그게 어비스야.
멋대로 정착한 사람들도 있지만 짐작대로 저마다 사정이 있는 사람뿐이지.
제대로 된 상인은 접근하지 않는 곳이니까 선생님도 발을 들이지 않는 게 좋을 거야.
선생님, 수고 많으십니다. 이곳은 오늘도 이상 있습니다.
선생님도 이상 있으시군요. 분위기를 바꿔 보셨나요?
좋네요. 꽤 잘 어울리시는데요?
당신, 지상의 사람이군요. 이런 곳엔 무슨 볼일이십니까?
……아, 혹시 신임 교사이신가요? 그럼 들어가셔도 괜찮습니다.
이곳은 지하 마을 "어비스"입니다. 악랄한 이들이 많으니 조심하세요.
오오!? 당신이었구만!? 못 알아볼 뻔했어.
뭐, 이곳엔 다양한 사정을 가진 녀석들이 잔뜩 있으니까.
당신한테 무슨 일이 있었대도 아무도 신경 쓰지 않을 거야.
……나, 위험한 녀석을 마주쳤어. 아마 귀족의 심부름꾼이었던 것 같은데.
해 줬으면 하는 일이 있다, 협력해 주면 사례하지 하고 눈앞에 금화 주머니를……
무서워서 도망쳐 버렸지 뭐야. 그냥 받아들일 걸 그랬나……
……! 당신은 제랄트님의…… 그렇군요…… 어머니를 많이 닮았네요.
당신의 부모님과는 안면이 있습니다. 당신과도 꼭 한번 이야기해 보고 싶었지요.
보잘것없는 수도사입니다. 당신의 부모님과는 안면이 있지요.
그러나…… 저는 개인적인 사정으로 대수도원을 잠시 떠나 있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당신에게 부탁이 하나 있습니다만.
그녀의 묘지에 바칠 꽃을 대신 준비해 주실 수 있을까요?
당신이 준비한 꽃이라면 그녀도 분명 기뻐할 테니까요.
감사합니다. 아아…… 이 꽃은 그녀가 생전에 좋아하던 꽃입니다.
……이제 여한이 없군요.
자, 저는 슬슬 가 보겠습니다 벨레트 선생님, 부디 건강하시길.
그녀의 몫까지 제랄트님을 소중히 해 주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