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본군과 합류해 가르그 마크를 공략할 거야.
그곳은 험준한 땅에 위치한 요새인 데다가, 전장이 된 역사라곤 전무해.
그래서 정보는 적지만…… 가능한 모든 힘을 쏟아서라도 함락시키겠어.
물론 수치상으로는 반드시 승리할 전력을 준비해 뒀어.
하지만…… 만약 수치를 뛰어넘는 상식 밖의 야수와 맞서야 한다면……
그때는 당신이 최후의 수단이 될 거야. 선생님, 믿고 있어.
물론 흑수리 유격군의 지휘도 잘 부탁해.
에델가르트님께서 펼쳐 나가실 길, 그 길을 다 함께 나아갈 이정표로……
귀하께서 만들어 주셨으면 합니다. 이것은 저의 진심 어린 부탁입니다.
학생을 한데 모으는 건 황제가 아닙니다. 맞습니다, 선생님, 귀하만이 희망이지요.
귀하께서 모두의 버팀목이 되어 주십시오.
특히 모국을 떠나 제국에 가세하려는 자에겐, 버팀목이 필요할 것입니다.
……에델가르트가 아버지 소식을 들려줬어. 재상직에서 파면돼 제도에 연금되어 있다고.
확실히 아버지는 탐욕스럽고 강압적이었어. 그랬지만……
그래도 지금껏 제국을 위해 이바지해 왔는데 이 처사는 너무나……
선생님, 가르쳐 줘. 난 어떻게 해야 해?
차기 에기르 공으로서, 그녀를 따라 전쟁에 몸을 던지는 게 도리일까!?
전 황제는, 저희 아버지를 비롯한 주요 귀족들에게 권력을 빼앗겼던 터라……
황위 계승이 순조로웠다는 게 믿기지 않더라니까요.
하지만 듣자 하니 카스파르의 아버지도 저희 아버지도 에델가르트파였던 모양이에요.
군무경과 내무경을 아군으로 끌어들였으니 군사와 재정을 확보한 것이나 마찬가지죠.
어느 틈에, 착실하게 준비를 해 왔네요…… 하아……
위험했어. 수도원에 남았더라면 아버지를 적으로 돌릴 뻔했잖아……
아니, 부모 자식 간의 문제를 떠나서 우리 아버지는 진짜 무서운 상대라고.
차라리 몬스터가 더 나을 정도로……
……아버지는 우리와 다르게 서방에 군을 움직일 모양이야.
왕국군과 한판 할 생각인가? 얼마나 교단에 가세하려나……
틀어박힐 방이 없어졌어……! 집으로 돌아가고 싶어요!
앗, 그러고 보니 휴베르트씨에게 들었는데요.
저희 아버지가 실각하셨다는 모양이에요. 반흐레스벨그로서 멋대로 행동하셨으니.
……어라? 그럼 앞으로는 계속 아버지께서 집에 계시겠네요……!?
절대 집으로 돌아가고 싶지 않아요! 이제 여기 있을 수밖에 없게 됐어요!
그 에델이 황제가 되어 군사를 일으키다니……
물론 언젠가 황제가 될 거라곤 생각했지만요……
새삼 생각해 보면 놀라워요. 전쟁을 벌여 이길 수 있을까요……
맞아요. 게다가 같은 학교에서 공부한 사람들과 싸워야 할지도 모른다는 것도……
적은 세이로스 기사단이에요. 하지만 선생님이라면 어떻게든 될 것 같네요……
과거, 제국, 브리기트, 전쟁, 했습니다.
저, 지금, 제국, 협력, 결정했습니다.
모순적인 선택, 이지만, 저, 후회하지 않습니다.
선생님과, 에델가르트님, 믿겠다, 결심, 했으니까요.
……뭐, 이렇게 되리라 각오는 했어.
어르신이랑…… 그리고 그 멧돼지랑 언젠가 갈라서게 될 거라고 말이야.
역시 저는 로나토님과 형님을 죽인, 세이로스 교단을 믿을 수 없어요……
……납득이 안 가요. 저는…… 진실이 알고 싶어요.
설령, 퍼거스에 검을 겨누게 되더라도……
만약 로나토님이 살아 계셨다면 기뻐하셨겠죠……
아아, 제길, 저질러 버렸군…… 제국 편을 들다니, 아버지가 뭐라 할지……
그리고 전하…… 분명 화내고 있을 거야. 그 사람, 화나면 엄청나게 무섭다고……!
나는 어떤 방식으로 죽임을 당할까…… 상상하기만 해도 다리가 떨려……
근데…… 다름 아닌 당신의 결정이니. 나는 따라가겠습니다…… 마지막까지.
하하, 내가 왜 이러는 걸까요. 무서워서 어쩔 줄 모르면서도……
……분명 여신님이라면 이렇게 하라고 말씀하셨겠지~?
지금의 세이로스 교단은 여신님이 바라는 모습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어……
저기, 선생님, 저……
저…… 어느 누구를 적으로 돌리든, 아버지와 싸우는 것만은 무조건 싫어요……
하지만 교단이 뭔가 이상하다는 것은 어렴풋하지만…… 왠지 알 것 같아요.
그리고 무엇보다…… 선생님이 정한 일이잖아요. 저는 선생님을 따를게요.
……저, 갈라테아령으로 돌아가, 제국 편에 붙도록 아버지를 설득해 보려고 해요.
아마도…… 아니, 절대로, 아버지는 들으려 하지 않을 겁니다.
그렇지만 가문을 존속시키려면 이 방법밖에 없다고…… 전해야겠죠.
제국의 편이 되는 것은 아버지도 이해해 주시겠지.
애초에 글로스터 가문은 제국과 적대할 의지는 없었거든.
하지만, 이걸로 클로드와의 대립은 피할 수 없게 되었군.
그에 관해서는 안타까울 따름이야…… 어쨌든 그와는 급우 관계였으니.
별로 난 신경 쓰지 않아도 괜찮아. 여동생이 있는 마을만 무사하다면 불만은 없어.
난 솔직히 동맹령에 살았을 뿐이지, 동맹 제후를 모시고 있었던 건 아니니까아.
게다가, 선생님이 정한 길이라면 잘못됐을 리 없는 거잖아?
설마 이렇게 되리라고는…… 수 개월 전까지는 상상조차도 하지 않았어요.
하지만 선생님을 믿기로 한 이상은 저도 각오할 거예요.
얼마나 도움이 될지는 모르겠지만, 도망가지 않겠어요.
문장만을 중요시 여기는 이 세상을 만든 것이 세이로스의 교의라면, 그런 건 필요 없어요.
거친 방법이라도 빠른 길을 가려는 그녀의 수단에, 저는 찬성이에요.
게다가…… 만에 하나 그녀가 길을 잘못 들려 한다 해도, 분명 선생님이 막아줄 거니까.
믿고 있어요, 선생님.
자신의 이상을 관철하기 위해서, 세계의 절반을 적으로 돌리다니……
지금까지 도망치기 바빴던 저로서는, 에델가르트씨가 너무 눈부시게 느껴져요……
저도…… 자신의 힘으로, 조금이라도 세상을 바꿀 수 있었다면……
교단을 배신하고 제국에 붙다니, 선생님도 단단히 각오했구나.
……자세한 이야기는 잘 모르지만, 스승님도 레아님을 의심했었지?
뭐, 어쨌든 간에, 나는 선생님을 따라갈 거야. 당신의 버팀목이 되기로 스승님과 약속했으니까.
나는 란돌프 폰 베르그리즈. 아직 하급이지만…… 일단은 장수다.
알고 있겠지만, 카스파르와 같은 베르그리즈 가문의 일원이지.
하지만 나는 후처가 데려온 자식으로 집안에서의 지위는 형편없는 수준이지……
나는 이 전쟁에서 어떻게든 무공을 세워 어머니와 여동생을 위해 분가해야 한다……!
제국은 군무경 베르그리즈 백작과 이어져 있다.
처음 뵙겠습니다. 제 이름은 라디슬라바.
에델가르트님의 근위병장입니다.
주군은 자신에게도 타인에게도 엄격하신 분. 냉철해 보이시지만 격정을 내포하고 계십니다.
때문에 오해를 사기 쉽지만 당신 같은 분이 곁에 있어 준다면……
저도 마음이 든든합니다. 앞으로도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여기서는 얻을 수 없는 물건도 지하에 가면 얻을 수 있을지 모릅니다.
……가르그 마크의 지하를 모르신다고요? 그곳은 지상에 머무르지 못하는 이들의 낙원이죠.
어비스 녀석들…… 매일 문제나 일으키고 말이야.
차라리 가르그 마크의 지하를 통째로 소탕해 버리면 좋을 텐데……
흑수리 유격군…… 멋진 이름이에요.
전 흘러가듯 편입된 것뿐이지만 어쩐지 자랑스러운 기분마저 들어요.
……솔직히 에델가르트의 말은 어디까지 믿으면 좋을지 모르겠어.
하지만 만약 그녀의 말이 사실이라면…… 따라야 할 것은 그녀라고, 그리 생각했어.
그러니까 난 여기에서 싸울 거야. 불안하지만…… 이미, 그리 결심했으니까.
숙청된 제국의 귀족 중에는 베스트라 후작의 이름도 있다 들었습니다.
베스트라 후작은 휴베르트님의 부친이시죠. 그런데 휴베르트님은 저리 태연한 얼굴로……
이건 비밀이지만, 병사들은 모두 휴베르트님을 무서워하고 있답니다.
……저는 일개 병사에 불과하지만 그럼에도 이번 일은 고민됐습니다.
날 때부터 세이로스교의 가르침을 당연하게 믿고 따라 왔으니까요.
하지만 폐하의 말씀은 사실이었습니다. 대사교가 그런 모습으로 변할 줄이야……
얼떨결에 따라와 버렸는데 정말 이게 정답이었을까……
저…… 선생님, 괜찮겠죠? 잘못 선택한 거 아니겠죠?
……선생님이 괜찮다 말해 준다면 스스로를 믿을 수 있을 것 같아요.
왜, 내가 여기 붙은 게 신기해? 이래 봬도 무모한 내기는 안 한다고.
날 따라와 준 소중한 부하들을 패전병으로 만들 순 없으니까.
……내 예상이 맞든 틀리든간에 우리는 당신의 전투 실력을 믿고 있어.
하하하, 내 예상이 빗나가면 네가 진다는 뜻이라고…… 알고 있어?
뭐, 기사단이 상대면 어떻게든 되겠지. 여긴 다른 누구도 아닌 당신이 있으니까.
날 따라와 준 소중한 부하들을 패잔병으로 만들 순 없으니까.
……내 예상이 맞든 틀리든 간에 우리는 당신의 전투 실력을 믿고 있어.
왜 그래, 내가 있으면 안 돼? 이쪽이 더 재밌을 것 같았거든.
……아니, 솔직한 심정으론 황제 폐하의 야망이 이루어지길 바라.
그렇게 되면 우리 어머니도……
아무것도 아니야, 이 이야기는 관두자. 지금은 전투에 대비하는 게 우선이니까.
하지만 율리스 녀석이 있는 한 이쪽의 승리는 의심할 여지가 없지.
저는…… 아무것도 몰랐어요. 에델가르트님의 과거도, 생각도……
하지만 지금은 달라요. 말씀해 주셨으니까요.
꼬치꼬치 캐물은 적 없어요! ……아뇨, 사실은 그랬어요.
그, 그…… 오~홋홋홋홋홋!
가르그 마크를 함락시킨다니…… 어비스를 어떻게 할 생각일까.
거기에서밖에 못 지내는 사람도 있으니 엉망으로 만들지 말아 줬으면 좋겠는데.
그렇겠지. 가티……가 아니라 폐하에게 부탁하는 수밖에 없겠어.
고마워. 너도 가티……가 아니라 폐하에게 부탁해 줘.
하피가 있을 곳도 남아 있으면 좋겠는데.
……너로군.
……나는 제국의 장수다.
……아니, 틀렸어.
너와는…… 몇 번이나 마주쳤다. 성실에서, 지하도에서, 마을에서……
나를 사신이라 부르는 이도 있다. ……너와 목숨을 걸고 싸우지 못하는 게 분하군.
어머, 선생님. 요즘 어때? 벌이는 잘되어 가?
느긋하게 이야기하고 싶지만 이래 봬도 일하는 중이라서. 미안.
설마 제국이 군사를 일으키다니… 나도 예상하지 못한 일이야.
전쟁은 돈을 벌 좋은 기회라지만 친구들끼리 싸우다니 가슴 아프네……
사방이 뒤숭숭해서 행상인들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야.
얼른 다들 웃으며 장사할 수 있는 시대가 왔으면 좋겠다.
……어비스? 선생님, 그런 곳에 흥미가 있어?
가르그 마크의 지하에 펼쳐진 고대 유적…… 그게 어비스야.
멋대로 정착한 사람들도 있지만 짐작대로 저마다 사정이 있는 사람뿐이지.
제대로 된 상인은 접근하지 않는 곳이니까 선생님도 발을 들이지 않는 게 좋을 거야.
……! 당신은 제랄트님의…… 그렇군요…… 어머니를 많이 닮았네요.
당신의 부모님과는 안면이 있습니다. 당신과도 꼭 한번 이야기해 보고 싶었지요.
보잘것없는 수도사입니다. 당신의 부모님과는 안면이 있지요.
그러나…… 저는 개인적인 사정으로 대수도원을 잠시 떠나 있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당신에게 부탁이 하나 있습니다만.
그녀의 묘지에 바칠 꽃을 대신 준비해 주실 수 있을까요?
당신이 준비한 꽃이라면 그녀도 분명 기뻐할 테니까요.
감사합니다. 아아…… 이 꽃은 그녀가 생전에 좋아하던 꽃입니다.
……이제 여한이 없군요.
자, 저는 슬슬 가 보겠습니다 벨레트 선생님, 부디 건강하시길.
그녀의 몫까지 제랄트님을 소중히 해 주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