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맹이 끝나면 왕국…… 멈춰 있을 여유는 없어.
아니, 반대로 멈추어 서면 위세를 잃고 파고들 틈이 생길 거야.
장병들을 쉬게 하고 싶지만…… 지금은 사기 유지가 우선이야, 선생님.
……그리고 그 일을 발설했다간 설사 당신이라 해도 용서하지 않겠어.
아드라스테아 제국의 황제를 화나게 하면 어떻게 되는지, 모르고 있는 모양이네.
그럼 됐어.
클로드 폰 리건. 유쾌한 남자였습니다.
감정적인 척하지만 늘 이성적으로 계산해 행동하지요.
멍청한…… 실례, 보통은 패배를 생각 않고 불굴의 결의로 전투에 임합니다만……
승패의 확률을 고려한 다음, 패배한 경우의 대응마저 준비해 둔 것에…… 감탄했습니다.
그런데 그 모든 것을 저지해 버린 귀하는 어떤 말로 표현하면 좋을지 모르겠군요.
대세가 정해지면 싸움을 그만둔다…… 동맹 귀족의 결단에 나는 감동했어!
그것이야말로 백성을 생각하는 귀족의 모습. 선생님도 그렇게 생각하지 않아?
전쟁이 길어져서 가장 고통받는 것은 바로 전쟁 지역에 사는 민중이니까.
하지만…… 귀족 연합인 동맹과 다르게 명확한 왕가를 가진 왕국은 그럴 수는 없겠지.
성실을 탐색해 봤어요. 재미있는 곳이더라고요. 정말로요.
성묘로 내려가기 위한 장치도 있었는데, 작동 방법을 모르겠어요.
연구하고 싶어도 자료가 없으니…… 차라리 대사교를 확 붙잡아 오면……
그렇죠. 어느 쪽이 성가신지는 말할 것도 없죠.
디아도라에서 우리 아버지랑 만났어?
아버지는 우리 대신 리건 영지의 통제와 동맹의 민심 장악 임무를 받으셨다나 봐.
뭐, 그게 무슨 뜻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역시 그래야겠지!? 나도 이제 그만 정신 차려야 할 때니까.
어, 그게 끝이야? 틀림없이 공부하라고 할 줄 알았는데.
……아니, 이건 선생님이 날 시험하고 있는 게 분명해. 나 열심히 공부할 거야!
제가 생각해 봤는데요, 곧잘 처박히는 성격은 전쟁과 안 맞겠죠!
새로운 정보는 전혀 들어오지 않고, 공격당해도 전혀 눈치 못 챌 것 같아요……
까딱하면 아무도 모르게 전화에 휩쓸려서 죽어 버린다거나……
아, 그래도, 보세요, 저, 방에서는 이렇게 나올 수 있는걸요! 괜찮겠죠……?
레스터 제후 동맹이 없어졌군요. 동맹의 300년 역사에 종지부가……
이렇게 역사가 움직이는 순간이 후세에는 가극이 되는 걸까요?
선생님 역할은 분명 당대 최고의 미남이 맡을 거예요.
그리고 가희는 에델 역할. 후후, 진위와 관계없이 연애 내용이 될 것 같네요.
선생님 역할은 분명 그때 가희가 맡을 거예요.
아니, 가희는 에델 역이려나. ……어떻게 생각하세요?
왕국, 언제나, 춥습니다. 저, 서투릅니다, 추운 곳.
브리기트, 춥지, 않습니다. 추위의 정령, 없습니다.
포드라의 여신, 추위, 막아 냅니까? 방법, 알다, 바랍니다.
……흥, 굳이 아리안로드까지 나서다니 어르신도 사서 고생하는군.
다음에 칠 곳은 왕이 지키는 페르디아일지, 아버지가 지키는 아리안로드일지……
쳇…… 얕보지 마. 나는 이미 마음 단단히 먹었어.
흥…… 너도 마음 단단히 먹으라고.
디아도라가 함락되고 동맹 제후는 제국에 항복했죠……
다친 사람도 최소한으로 그쳤으니, 잘 해결했다고 해도 좋을까요.
……하지만 분명 왕국은 동맹처럼 되지는 않을 거예요.
레스터 다음은 드디어 퍼거스인가요. 아아, 정말, 난감하네……
저기 선생님…… 지금이라도 서로 화해하는 길은 없을까요.
아마, 황제 폐하나 그 고집불통이나 애초부터 화해할 생각은 없을 테지만요.
우와, 시원하게 딱 잘라서 말하네요. ……뭐, 사실 알고 있어요, 그건.
나 참…… 옛 소꿉친구를 상대로 서로 죽고 죽여야 한다니 정말 싫군요.
뭐, 그건 다들 마찬가지려나. 약한 소리만 하고 있을 수는 없겠죠.
클로드를 죽이지 않고 끝나서 정말로 다행이야~
그럼 이제 왕국하고 싸우는 거지? 그리고…… 교단하고도.
디미트리나 레아님이랑 싸우지 않고 끝낼 방법은…… 없겠지, 아마……
클로드…… 어쩔 수 없다고는 하지만 정말로 유감이야……
에델가르트는 디미트리나 레아님도 가차 없이 베어 버리려나……
저희는 역사적인 순간을 목격하고 있는지도 모르겠네요.
어쩌면 수백 년 후의 역사책에 선생님과 에델가르트님 이름이 남을지도 몰라요.
네? 뭐가 부끄러워요? 역사를 움직이다니, 굉장한 일이잖아요!
하지만 저희가 한 일의 옳고 그름을 판단하는 건……
저희가 아니라 아마, 후대 사람들이겠죠.
무사히 동맹과의 싸움을 마쳤다고 하지만 마음을 놓기에는 아직 이릅니다, 선생님.
교단이나 왕국이나 방심할 수 없는 상대죠. 언제 수작을 걸어와도 이상하진 않아요……
무구 손질과 훈련을 게을리해서는 안 됩니다.
클로드의 지략을 칭송하는 자가 많은 모양이지만, 나는 그 녀석을 인정할 생각은 없어.
어차피 이리 될 것이었다면, 처음부터 제국을 따랐으면 되었을 것을.
그것이 아니라면, 동맹 제후를 모아 하나로 묶어, 제국군과 싸웠어야 했다.
……라고, 언젠가 직접 본인에게 말해주겠어. 언젠가 다시 훌쩍 나타나겠지.
……라고, 직접 본인에게 말해주고 싶었어. 그 기회를 놓쳐버린 것이, 후회되는군.
나는 귀족이 아니니까 동맹이 없어져도 곤란하지 않지만……
그럼에도 동맹이 없어져 버린 것은 아직 실감이 나지 않아.
클로드, 지금쯤 어디서 무얼하고 있을까아……
클로드가 죽어버린 것도, 아직 믿겨지지 않는다고.
사실은 죽은 척하면서 살아 있는 것 아닐까? 클로드는 그런 녀석이잖아.
레스터 제후 동맹의 마지막을 이 눈으로 직접 지켜볼 수 있어서 다행이었어요.
나고 자란 땅의 역사의 한 단락을 맞닥뜨릴 수 있었던 거니까요.
아뇨, 저에게 그런 재능은 없으니까요. 하지만 제게 아이가 생긴다면 이야기해 주고 싶네요.
그렇네요…… 저, 그려 볼게요! 디아도라가 함락되는 모습을.
옛날에 이런 일이 있었단다, 하는 것을 우리가 후세에 남겨야겠죠.
코델리아 가문은 싸움에 휘말리지 않고 끝났습니다.
그렇다고는 해도, 가문의 존속을 바란 것은 아니기에 이후는 에델가르트에게 맡길 거예요.
……클로드에게는, 감사하고 있습니다.
동맹 전체에 전쟁의 불씨가 퍼지지 않은 것도 전부 클로드 덕분이니까……
제 미묘한 입장을 고려해서, 전쟁 전에 제국으로 가도 좋다고 말해주었어요.
그래서 선생님께서 제게 권유하셨을 때, 망설임 없이 받아들인 거예요. 게다가……
……여전히, 생각하게 돼요.
클로드씨와 싸우지 않고 넘어갈 수는 없었던 걸까, 하고……
네, 그렇겠지요……
그런 걸까요……
지금 제가 할 수 있는 것은, 그를 위해 기도를 올리는 것뿐……
부디, 그가 행복하게 살 수 있기를……
부디, 평안하기를……
……전장에 선 이상, 아무런 원한이 없는 녀석과 싸워야만 한다는 것은 당연한 일이야.
선생님도 용병이었으니, 그 정도는 진즉에 각오하고 있었겠지?
……그렇겠지? 나도, 슬슬 각오를 다지지 않으면 일류 용병은 될 수 없겠지.
선생님도 아직 그래? ……나도. 좀처럼 익숙해지지 않네.
적이 한때의 친구였다면 더더욱…… 냉정하게 있을 수가 없어.
솔직히, 클로드 녀석이 죽지 않아서 다행이야. 이런 식으로 생각하는 건 너무 무른 걸까?
솔직히, 클로드 녀석은 죽이고 싶지 않았어. 이런 식으로 생각하는 건 너무 무른 걸까?
문제는 없다네. 영세한 문장도 내 나름의 연구 방법이 있으니까.
하지만 나도 학자이기 이전에 사람이네. 지금은 지난 전투의 희생자를 애도하도록 하지.
클로드는 전사, 리건가는 단절이라.
리건의 문장은 그렇게 희귀한 편은 아니지만……
리건가의 진한 핏줄은 이걸로 전부 끊어지고 말았군.
그래, 그래야지……
클로드는 모습을 감추고 리건가는 종언을 맞이했다라.
아직은 괜찮지만, 조만간 대사교나 기사단하고도 직접 싸우게 되겠지.
우리도 실력을 단련하고는 있지만 그다지 승산이 안 보인달까……
만약 대사교가 거대 야수로 변한다면 어떻게 하면 좋을지도 모르겠고……
뭐어!? 당신 설마 죽을 때까지 싸우란 소린 아니겠지?
뭐, 그렇지. 난 유산을 쓸 수 없는 몸이기도 하고.
이 가르그 마크에서 지낸 지도 벌써 이래저래 십 수년째인데……
얼마 전 깜빡 길을 잃고 말았지 뭔가. 이곳엔 숨겨진 방과 통로가 너무 많아.
나중에 시간을 들여 수도원 내부를 탐색해 보려고 하는데……
그대도 함께하겠나? 하루가 꼬박 걸리긴 하겠지만 말이야.
당신도 모질지 못 해. ……클로드 얘기야.
뭐, 우리 황제 폐하는 방해꾼을 모두 베어 넘길 기세지만……
자기 분수를 아는 자에겐 의외로 관용을 베푸는 걸지도. 후……
우리 황제 폐하는 방해꾼을 모두 베어 넘길 기세야……
"원탁의 귀신"도 그중 한 명에 지나지 않은 셈이지.
드디어 왕국…… 그리고 교단과의 교전이 시작됩니다.
……제가 수도원의 수비 대장이 된 것은 나라보다는 가족을 위한 선택이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진심으로 폐하께서 통치하시는 나라가 보고 싶습니다.
그러니 목숨과 맞바꾸는 한이 있더라도 가르그 마크를 지켜 내 보일 것입니다!
저는 란돌프 오라버니의 보탬이 되고자 병사에 지원했어요.
오라버니가 목숨을 걸고 싸우겠다면 저도 이 한목숨 바쳐 노력할 거예요.
언제, 어떤 상대가 닥쳐오더라도 저희가 이곳을 지켜 내 보이겠어요!
당신의 다음 상대는, 왕국군과 세이로스 기사단…… 어느 쪽도 얕볼 수 없습니다.
저와 제가 이끄는 군대는 기동력을 살려 왕국 서쪽 전선을 원호하게 되었지요.
해서, 이번 달 말에는 출발할 예정입니다. 아무쪼록 여러분의 무운을 빌겠습니다.
수고 많으십니다! 오늘도 이상 없습니다!
알고 계실지도 모르겠지만 왕국과 동맹은 본디 한 나라였습니다.
더욱이 동맹의 맹주인 리건 가문은 왕가 블레다드의 분가이기도 하지요.
결국, 옛 제국에 반기를 든 블레다드 혈통과의 싸움일지도요……
여기서는 얻을 수 없는 물건도 지하에 가면 얻을 수 있을지 모릅니다.
……가르그 마크의 지하를 모르신다고요? 그곳은 지상에 머무르지 못하는 이들의 낙원이죠.
어비스 녀석들…… 매일 문제나 일으키고 말이야.
차라리 가르그 마크의 지하를 통째로 소탕해 버리면 좋을 텐데……
베르그리즈 백작의 수완으로 구 동맹령은 큰 혼란을 피한 듯합니다.
그러고 보니 여기 계신 란돌프 장군님께선 베르그리즈가에서 분가한 당주라 하시던데.
예전 같았으면 분가한 사람이 출세하기란 쉽지 않았겠지만, 지금 폐하시라면……
이 전쟁에서 세우신 공으로 뜻밖에 크게 출세를 하게 되실지도 모르겠군요.
제국군의 본대는 구 동맹령의 서부로 이동, 서쪽에서부터 진격할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결국 왕국과 자웅을 겨루게 되는 순간이 찾아오고야 말았군요.
본디, 이곳 가르그 마크는 세이로스교의 가장 중요한 성지……
세이로스 기사단은 무슨 수를 써서라도 이 대수도원을 탈환하려 할 것입니다.
그들이 계속 왕도에 머물러 있을 거라곤 생각할 수 없으니 경계하는 게 좋겠지요.
라디슬라바 장군님께선 제국민들 사이에서 무척 인기가 많으십니다.
분명, 그녀의 재능을 인정하신 황제 폐하께서 손수 장군으로 발탁하셨다죠.
그런데 그렇게 유능하신 분께서 잘난 척도 않으시고, 무엇보다 미인이시지 않습니까?
언제부턴가 "붉은 발키리"라는 이명까지 붙어 있더라니까요.
퍼거스의 디미트리 왕은 엄청난 괴력의 소유자라든가……
말도 들어 올릴 수 있다던데 그것들이 전부 사실일까요.
아리안로드를 지키는 로드릭 경은 "퍼거스의 방패"라 불리는 명장입니다.
선대 국왕과는 친우에 가까운 사이였다나요. 혹시라도 항복할 가능성은 전무해 보입니다.
자네는 알고 있으려나? 한때, 퍼거스 지방은 제국령이었지.
탈틴 전투에서 네메시스를 물리치고 퍼거스를 제국의 지배 아래 두었거든.
수백 년 후, 퍼거스 지방에서 반란이 일어 왕국은 성교회의 중재로 독립을 이루었지.
반란의 주모자로서 초대 왕위에 오른 것이 루그 폰 블레다드 1세……
퍼거스의 왕가인 블레다드 가문은 "사자왕" 루그의 직계 자손뻘이야.
즉, 제국 입장에서 본다면 왕국은 반역자인 셈이지.
란돌프씨는 먹성이 좋아 보고 있으면 흐뭇하지. 멋있고.
그에 비해 휴베르트씨는…… 아, 아니, 아무것도 아니에요.
디아도라를 함락시킨 것만으로 동맹령을 전부 아군으로 뒤바꾸다니.
왕국도 똑같이 해치우면 좋겠지만 아무래도 그렇게 쉽게는 안 되겠지.
마음 단단히 먹어, 선생님. 뭐, 당신한테는 말할 것도 없겠지만.
동맹은 사라졌지만 내 본가, 아달브레히트가는 무사한 모양이야.
우수한 남동생이니, 앞으로는 제국 산하에서 현명하게 잘 처신하겠지.
그래, 아무리 절연했다지만 완전히 무시할 순 없었거든.
이제 와서 찾아도 환영은 못 받아. 애당초 그럴 여유도 없지만 말이지.
새삼 귀족으로 돌아갈 마음도 없고 난 나대로 마음껏 날뛰면서 살 거야.
승산 없는 싸움은 냉큼 포기한다…… 동맹 제후다운 결단력이네요.
애당초 그들에게 결속력 따윈 전무했으니 당연하다면 당연한 결과겠지만요.
아뇨, 귀족이란 영지민을 보호하는 존재, 그 점에서는 평가받아 마땅하다고 생각해요.
그는 동맹 귀족의 성격을 고려해 대책을 세웠어요. 그 점에서는 훌륭하다 할 수밖에 없겠네요.
아무튼 이제 3대 세력 중 하나가 무너졌군요. 제국의 승리는 착실하게 다가오고 있어요!
사관학교에 있던 애들도 전장에 나오잖아.
전쟁이니까 어쩔 수 없다지만 그 애들이랑 싸우는 건 안 내켜.
그런 생각을 하면…… 그냥 생각을 하지 말아야겠어.
나는 황제나 제국에게 충성을 맹세하지 않았다……
그저 거래를 했을 뿐…… 여기 있는 것에 그 이상의 이유는 없다……
어머, 선생님. 요즘 어때? 벌이는 잘되어 가?
느긋하게 이야기하고 싶지만 이래 봬도 일하는 중이라서. 미안.
동맹이 없어지다니…… 아직 믿기지가 않아.
하지만 디아도라의 상인은 잔뼈가 굵으니까 분명 금방 다시 상권을 일으킬 수 있을 거야.
사방이 뒤숭숭해서 행상인들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야.
얼른 다들 웃으며 장사할 수 있는 시대가 왔으면 좋겠다.
……어비스? 선생님, 그런 곳에 흥미가 있어?
가르그 마크의 지하에 펼쳐진 고대 유적…… 그게 어비스야.
멋대로 정착한 사람들도 있지만 짐작대로 저마다 사정이 있는 사람뿐이지.
제대로 된 상인은 접근하지 않는 곳이니까 선생님도 발을 들이지 않는 게 좋을 거야.
선생님, 수고 많으십니다. 이곳은 오늘도 이상 있습니다.
동맹이 없어졌다면서요? 포드라의 정세가 점점 바뀌어 가네요.
이 마을도 언젠가는 바뀌게 될까요? 변화라는 건 사람을 불안하게 하네요.
당신, 나랑 내기 하나 할래? 지금 어비스에 더 많은 건 어느 쪽일까?
정답이야. 똑똑한 너에게 선물을 주지. ……뭔가 묘한 수를 쓴 건 아니겠지?
오답이야. 주의력이 부족하구만. 좀 더 주위를 살피면서 살라고.
………………
……내 역할도 끝인가. 쳇…… 그 왕자 녀석.
뭐, 됐어, 또 기회가 올지도 모르니까. 다음엔 비룡에 타서 당당하게, 말이야.
쉿, 제 일은 비밀로 부탁드려요! 사실 저는 탈영병이거든요.
이젠 싸우는 것에 질려서…… 하지만 마을로 돌아갈 순 없으니까요.
정의나 야망 같은 것도 지긋지긋해요. 그런 것에 제 목숨은 걸 수 없어요.
……! 당신은 제랄트님의…… 그렇군요…… 어머니를 많이 닮았네요.
당신의 부모님과는 안면이 있습니다. 당신과도 꼭 한번 이야기해 보고 싶었지요.
보잘것없는 수도사입니다. 당신의 부모님과는 안면이 있지요.
그러나…… 저는 개인적인 사정으로 대수도원을 잠시 떠나 있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당신에게 부탁이 하나 있습니다만.
그녀의 묘지에 바칠 꽃을 대신 준비해 주실 수 있을까요?
당신이 준비한 꽃이라면 그녀도 분명 기뻐할 테니까요.
감사합니다. 아아…… 이 꽃은 그녀가 생전에 좋아하던 꽃입니다.
……이제 여한이 없군요.
자, 저는 슬슬 가 보겠습니다 벨레트 선생님, 부디 건강하시길.
그녀의 몫까지 제랄트님을 소중히 해 주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