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아…… 내가 잊어버리라고 했잖아?
아무리 나라도 보이기 싫은 모습 정돈 있다고.
……그래, 맞아. 잘 아네. 내가 그린 당신 초상화야.
정말이지…… 이 무슨 추태람. 엉망인 데다가 닮지도 않았지?
천만에. 저기, 아무튼, 지금은 열지 마.
저번 달 전투는 정말 힘겨웠습니다. 하마터면 가르그 마크를 탈환당하는 줄……
세테스와 흐렌…… 대사교에게 가담한 그들이 물러난 것은 예상 밖이었습니다만……
기사단과 세이로스 교단을 궁지로 몰아넣은 것에는 틀림없습니다.
자, 그러면…… 천상의 여신 다음엔 땅에 숨은 어둠 차례로군요. 큭큭큭……
세테스와 흐렌…… 대사교에게 가담한 그들의 힘은 가공할 위력이었습니다만……
퍼거스의 왕, 디미트리…… 그는 제국을 격렬하게 증오했다고 하더군.
왕이 강한 감정에 사로잡혀 있으면 나라의 방향도 제대로 잡을 수 없어. 한심한 이야기야……
사람으로서의 자신을 완벽히 버릴 수 없다면 왕으로 존재하기를 그만둘 수밖에 없어.
물론이지. 왕으로서의 판단은 모든 개인 감정에서 벗어난 형태여야 하는 법.
무슨 일이 있더라도 에델가르트가 그에게 지는 장면 따위는 전혀 상상할 수 없군.
천 년도 더 전에 있었다고는 하지만 현존하지 않는 영웅의 유산은……
꽤 많은 수가 존재해요. 만들어진 얘기일까요?
현존하는 것들 중 대표가 되는 게 포드라 10걸 가문에 전해지고 있는 것들이에요.
좋았어~! 간다, 왕도! 기다리고 있어라, 왕도!
……라고 하면 되겠지? 뭐? 연기가 서툴다고?
……별수 있나. 사람마다 적성이라는 게 있다잖아!
베르는 꿈이 있어요. 이룰 수 있을진 모르겠지만요.
저번에 페트라씨와 브리기트에 갔을 때, 화초 그림을 그렸잖아요?
다음엔 좀 더 멀리, 다그다의 저 너머까지 가서……
훨씬 다양한 식물을 보고, 그리고, 그걸 책으로…… 이룰 수 있을까요.
베르는 꿈이 있어요. 이룰 생각은 없지만요.
포드라를 떠나, 바다를 건너, 다그다의 저 너머까지 가서……
밀림 속 화려하게 핀 거대한 꽃과 식충 식물을 보고, 또 그리고 싶어요.
애시당초 저에겐 불가능한 꿈이에요. 꿈은 그냥 꿈으로 간직하는 수밖에……
가르그 마크의 수비 대장, 란돌프씨가 전사하셨대요.
이래저래 5년이나 알고 지낸 사람이라 가슴이 꽉 막히는 듯한 기분이에요……
그리고 내일은 내 차례인가 생각하면…… 아직도 싸움의 끝은 보이지 않고요.
예? ……후후훗, 치사해요, 선생님.
꼭 작업 멘트처럼 들리잖아요. 그래요, 우리 함께 살아남아요.
전란 속에서 보내는 매일매일은 무척이나 길게 느껴지네요……
비밀, 작전, 마음, 끓어오릅니다. 기습, 저, 좋아합니다.
네. 사냥, 사냥감, 기습합니다.
기습, 우리 편, 안전한 곳에서, 시작합니다. 희생, 준다, 줄어듭니다.
그것, 훌륭한 일입니다. 누구 한 명, 잃고 싶지 않다,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너나 제국과 함께 싸우기로 정한 이상, 각오는 하고 있었어.
……나라를 버리고, 아버지를 베고, 한때 친구라 부르던 녀석을 벨 각오를.
하지만…… ……조금 검이 무겁군.
퍼거스 로베 가문에는 "잿빛 사자"라 불리는 굉장한 기사가 있어요.
로나토님도 아는 사이였던 모양이라, 몇 번인가 이름을 들은 적이 있는데……
꽤 나이가 들었는데도 해가 갈수록 그 무예 실력이 발전하고 있다더군요……
디미트리 왕을, 경외심을 담아 "폭풍의 왕"이라 부르는 자도 있습니다.
그 녀석이 창을 휘두른 다음에는 아무것도 남지 않죠. 폭풍에 휩쓸린 듯이.
……녀석을 그렇게 몰아간 것은 역시 제국에 대한 증오일 거예요.
네, 「더스커의 비극」에 제국이 한몫 거든 모양이라……
생각해 보면 사관학교 시절부터 그 녀석, 제국 녀석들과는 별로 안 엮이려 했었죠.
네…… 우리가 단지 그 녀석에 대해 잘 몰랐던 것일 수도 있지만요.
머지않아 싸우게 될 겁니다. 선생님도 죽기 싫다면 훈련하는 게 좋을 거예요.
……으~음. 역시, 살짝 무서웠어~
……응. 역시 선생님은 알아챘구나~
세이로스교 사람들하고 싸웠을 때…… 나도 모르게 몸이 굳어 버렸거든~
지금껏 당연한 듯이 믿어 왔던 존재를 적으로 돌리는 게…… 무섭고 두려워서.
근데 우리는 이제부터 레아님과 싸우잖아. 여기서 마음이 꺾이면 안 되겠지~
저, 옛날에는 왕도에 살았어요. 아버지하고 어머니하고 셋이서.
왕국과 싸우는 것은 각오해야겠지만…… 왕도가 전쟁터가 되는 것은 싫은데……
옛 친구들이나 친하게 지낸 사람들이 왕도에 많이 있거든요.
시가전이 되면 그런 사람들까지 전투에 휘말릴지도 모르니까요.
솔직히, 생각해 본 적도 없습니다. 이렇게 조국과 싸우게 될 줄은……
……제 약혼자는 왕을 섬기는 기사였어요. 나라의 미래를 지키고 긍지 높게 죽었죠.
저는 나라를…… 그 사람을 배신했어요. 하지만 후회는 없습니다.
선생님을…… 선생님이 선택한 길을 저는 믿습니다.
드디어 왕도 페르디아의 땅을 밟는 날도 가까워진 모양이군.
실은 나도, 한때 왕도에 살았던 적이 있었지…… 사관학교에 들어오기 전이지만.
……아니. 그 도시에 있는 마도학원에 한때 재적해 있었거든.
응, 그래. 그 도시에 있는 마도학원에 한때 재적해 있었거든.
왕국 내의 일로 어쩔 수 없이 귀국하는 바람에 많은 것은 배우지 못했지만……
우오오오! 다음은 왕도다아아! 기다려라, 왕도!
……라고 말하면 되는 거지? 뭐? 연기를 못한다고?
그렇지는 않다고 생각했는데 말이야아. 아직 목소리가 작았나아?
다음은 드디어 왕도로군요! 포드라의 전쟁 역사에 남을 중요한 싸움이 될 것 같네요.
적도 전력으로 맞서 싸우겠죠.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긴장되네요!
야호, 칭찬받았다! ……는, 저기, 같이 맞춰 주시지 않으면 의미가……
……그, 그런가요? 이상하네. 자연스럽게 말했다고 생각했는데……
……어, 어쨌든, 열심히 해 봐요! 기다려라, 왕도! 이건 어떤가요? 아하하!
……기습 건, 들었어요.
적에게 새어나가면 대손실로 이어지는 정보를 저에게도 말해 주다니.
에델가르트나 이곳 사람들은 이런 저를 신뢰해 주는군요.
처음에는 개인적인 동기로 여기 흑수리 유격군에 참가했지만……
지금은 여러분과 함께 에델가르트의 뜻을 지지하고 싶다고…… 그렇게 생각하고 있어요.
교의를 부정하고, 기사단과 싸우면서도, 저는 주에게 기도를 계속하고 있어요……
전사한 사람들이나, 앞으로의 싸움을 생각하면, 기도하지 않고는 있을 수가 없어요……
교단이 내건 여신님의 모습이 거짓이라 해도, 주된 존재는 분명 계실 거예요……
저처럼 약한 존재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으면 불안에 짓눌려 버릴 것만 같으니까요……
천하의 제국군이 연기를 해서 기습이라니, 너무 신중한 것 아냐?
……이런, 실례. 에델가르트랑 휴베르트에겐 비밀이야.
뭐, 어디를 어떻게 공격하든 나는 내 일을 할 뿐이야.
왕도 페르디아에는 마도학원이 있는데, 마도 연구로는 한 걸음 앞서 있다네.
문장과 마도는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이니……
나도 한 번은 가 보려고 생각했었지.
근데 그게 군을 이끌고 들어가는 형태가 될 줄이야…… 허허.
「대사교나 기사단하고도 싸우게 될 것」이라 말하자마자, 그 달에 습격이 발생하다니……
입에 담는 게 아니었어. 정말, 싫다, 이런 거.
쉴 틈 없이 치료했지만 ……많은 목숨을 잃었어.
그래서 지금 의무실은 들어갈 상황이 못 돼.
……옛 동료와 싸운 뒤에는 역시 쉬이 진정되지 않는구만.
흐으음…… 아아, 안 되지, 안 돼! 이 내가 짜증스러운 얼굴을 하다니!
큭…… 그대의 걱정을 받다니…… 제랄트님, 정말 면목 없습니다……!
……하하하, 낚시라. 확실히 그럼 기분이 조금 풀리겠어!
하지만…… 그대야말로 옛 학생들과 싸워 괴로울 텐데……
……힘들 때는 언제나 이 알로이스를 믿고 찾아 주게나!
저번 달은 재난이었지. 세이로스 기사단의 앞마당에서 녀석들과 싸우게 될 줄이야.
무슨 걱정을 하는 거야? 전 동료들과 서로 죽이려 들던 것?
당연하지. 난 세이로스교의 신도가 아니니까.
옛 동료도 지금에 와서는 적일 뿐.
신앙 따위 없는 편이 살기 편한 사람도 있는 법이라고.
……오라버니는 마지막까지 명예롭게 싸우셨어요.
전투 전에는 이리 말씀하셨죠. 내 꿈을 네게 맡기마, 라고요.
……저는 이 전쟁을 끝까지 지켜볼 거예요! 전사하신 오라버니의 몫까지…… 반드시요!
수고 많으십니다! 오늘도 이상 없습니다!
가르그 마크와 왕도 페르디아, 그 사이에는 탈틴 평원이 펼쳐져 있습니다.
탈틴이라 하면, 해방왕 네메시스와 예언자 세이로스가 격돌했던 옛 싸움터……
만약 그곳에서 저희 군과 적군이 격돌하게 된다면……
천 년의 시간을 뛰어넘은 운명적인 전투라 할 만하지 않겠습니까!
여기서는 얻을 수 없는 물건도 지하에 가면 얻을 수 있을지 모릅니다.
……가르그 마크의 지하를 모르신다고요? 그곳은 지상에 머무르지 못하는 이들의 낙원이죠.
어비스 녀석들…… 매일 문제나 일으키고 말이야.
차라리 가르그 마크의 지하를 통째로 소탕해 버리면 좋을 텐데……
다음은 드디어 왕도 페르디아 침공인가요?
"폭풍의 왕"을 이길 수 있을지…… 아뇨, 이겨야지요, 반드시요!
그 세이로스 기사단을 격퇴하다니, 제국군도 참 대단해.
동맹을 이겼을 때도 한바탕 떠들썩했는데 이번 승리로 또 한 번 평판이 오르겠어.
이걸로 왕국 제후의 충성심이 흔들려 준다면 좋을 텐데 말이야…… 그렇게는 안 되려나.
저는 신앙에 몸을 바칠 각오로 교단을 섬겨 왔습니다만……
지금의 교단은 신도 따위 안중에도 없고, 끔찍한 이야기밖에 오고 가지 않습니다.
세테스님마저 없는 지금, 이제 교단이 과거의 권위를 되찾을 거라곤 도저히……
오늘은 주님께 휴식을 청하러 왔습니다. 내일부터는 저 혼자 살아갈 생각입니다.
세테스님을 쓰러뜨린 건 큰 소득이지만 대사교가 건재한 이상, 방심은 금물입니다.
언젠가 다시 기습해 올 것입니다. 그러기 전에 우리가 먼저 공격해야 합니다.
아리안로드의 영주, 로베 가문을 섬기는 노장은 완고하기로 소문이 자자합니다.
그런 사람을 꼬드긴다 한들 이쪽에 붙을 일은 없겠지요.
생각지도 못한 격전이 되었군요…… 역시 세이로스 기사단, 힘겨운 상대였습니다.
대사교가 있었으면 위험할 뻔했네요. 본대가 분전해 준 것에 감사해야겠습니다……
자네도 왕국령 서부에 있던 서방 교회와 동맹령에 있던 동방 교회는 알고 있지?
하지만 남방 교회는 모를 거야. 옛날에, 제도 앙바르에 있었지.
지금으로부터 120년도 전의 일이야. 비교적 큰 규모의 내란이 있었거든.
남방 교회의 사교까지 관여된 바람에 격노한 황제는 그자를 추방시켜 버렸지.
그 후, 제국과 중앙 교회는 화해했어도 우호적이라 말하긴 힘든 관계가 이어졌어.
그런 일들이 있었기 때문에, 제국민도 지금의 적대 관계를 수용할 수 있는 거겠지.
란돌프씨께서 돌아가셨다 들었어요. 좋은 분이셨는데…… 안타깝네요.
가까운 사람이 죽었을 때, 전쟁의 무서움을 실감하게 되죠. ……오래오래 살아 주세요.
교단은 신도에겐 너그럽고 자비롭지만…… 배신자들을 상대로는 더없이 냉철해.
세이로스 기사단의 광기 넘치는 전투는 아무리 나라도 간담이 서늘해지더군.
어떻게든…… 여기 녀석들에게 도주로는 없어 기사단이 들어오지 않았던 건 요행이었지.
그래. 무승부라고는 해도 대수도원을 빼앗기지 않아서 다행이었어.
아무튼 다음은 아리안로드라면서? ……나에게 있어선 그리운 마을이야.
기습은 정보가 새면 끝이잖아. 나한테까지 작전을 알려 줘도 괜찮은 거야?
정규군도 아니고 전 수배자인데, 나라면 그런 녀석한테 중요한 이야긴 안 할 거야.
신뢰? 에델가르트가? 설마 걔, 나한테 반한 건……
……우오오오!? 뭐야, 방금 그 살기. 너는 아니고, 도대체 누가 날린 거지?
현상금 사냥꾼도 더 이상 안 찾아오고 이제 내 과거는 소멸된 거나 마찬가지라고.
다음은 드디어 왕도 페르디아군요! 제가 고생하며 마도를 수행한 마을이죠.
그런 그리운 추억이 깃든 마을에서 전투를 벌이게 되다니……! 아아, 슬퍼라!
당신……! 언제 어디에서 첩자가 엿들을지 모른다고요! 제대로 연기하세요!
오~홋홋! 그렇기는 하지요…… 아니, 당신도 제대로 연기하세요!
적을 속이려면 아군부터 속여라, 낮말은 새가 듣고 밤말은 쥐가 듣는다, 라고요!
……휴 말로는 다음 전장에 내가 아는 사람이 있대.
마을을 나온 하피를 납치 감금한 아줌마. 지금은 하피를 기억 못할지도 모르겠지만.
뭐~ 확실히 접근하고 싶지는 않지만 만난다고 뭐가 어떻게 되는 건 아니니까.
안면이 있는 사람도 죽는 게 전쟁이잖아. 전쟁을 끝내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지.
세이로스 기사단…… 실력자도 적잖이 있었지만……
내 안의 괴물을 고양시킬 수 있는 건 역시 너와 그 검뿐이다……
어머, 선생님. 요즘 어때? 벌이는 잘되어 가?
느긋하게 이야기하고 싶지만 이래 봬도 일하는 중이라서. 미안.
사방이 뒤숭숭해서 행상인들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야.
얼른 다들 웃으며 장사할 수 있는 시대가 왔으면 좋겠다.
……어비스? 선생님, 그런 곳에 흥미가 있어?
가르그 마크의 지하에 펼쳐진 고대 유적…… 그게 어비스야.
멋대로 정착한 사람들도 있지만 짐작대로 저마다 사정이 있는 사람뿐이지.
제대로 된 상인은 접근하지 않는 곳이니까 선생님도 발을 들이지 않는 게 좋을 거야.
선생님, 수고 많으십니다. 보시다시피 오늘도 이상 있습니다.
여기 파수꾼은 저인데 이 사람도 당분간 보초를 서겠다네요.
휴베르트님의 지시로, 손님맞이 중입니다. 자세한 사정은 말씀드릴 수 없습니다만.
어쩐지 이 느낌 낯설지 않네요. 당신, 계속 여기 있으면 안 되나요?
이번 달 한정 임무라서요. 언짢게 생각 말아 주십시오.
저번에 마을에서 동료랑 좀 다투는데 제국의 장군님이 말을 걸지 않겠어?
그렇게 기운이 남아돌면 제국군으로서 싸우라고 말이야.
그 제안을 받아들여야 하나 어쩌나 동료랑 같이 고민하고 있던 참이야.
아~ 큰일이야. 큰일났어, 정말.
오, 물어봐 주는 거야? 상냥한 녀석이군. 그래도 조심해.
보통 이런 식으로 부탁하면 십중팔구는 돈이 목적이니까.
………………
……! 당신은 제랄트님의…… 그렇군요…… 어머니를 많이 닮았네요.
당신의 부모님과는 안면이 있습니다. 당신과도 꼭 한번 이야기해 보고 싶었지요.
보잘것없는 수도사입니다. 당신의 부모님과는 안면이 있지요.
그러나…… 저는 개인적인 사정으로 대수도원을 잠시 떠나 있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당신에게 부탁이 하나 있습니다만.
그녀의 묘지에 바칠 꽃을 대신 준비해 주실 수 있을까요?
당신이 준비한 꽃이라면 그녀도 분명 기뻐할 테니까요.
감사합니다. 아아…… 이 꽃은 그녀가 생전에 좋아하던 꽃입니다.
……이제 여한이 없군요.
자, 저는 슬슬 가 보겠습니다 벨레트 선생님, 부디 건강하시길.
그녀의 몫까지 제랄트님을 소중히 해 주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