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웅의 유산을 도둑맞다니 전대미문의 사건이네.
큭큭큭큭…… 바로 저번 달에도 "천제의 검"을 도둑맞았습니다만.
그건 그것대로 전대미문이었지. 정말이지……
그런데 저희의 왕국 출입을 허락하다니 고티에 가문도 꽤나 초조한가 봅니다.
뭐, 왕국 출신인 기사단의 수완가가 감시역으로 따라붙는 것 같습니다만.
그러고 보니, 이번 달 과제는 세이로스 기사 길베르트님이 함께 가 주신다고 해.
그분의 실력은 진짜야, 안심할 수 있지. ……하지만 레아님도 짓궂으시군.
그래, 그자는 자랑스러운…… 아, 아니…… 이전에 몇 번인가 연습 상대를 했거든.
아니, 아무것도 아니야. ……선생님도 출발 전 인사 정도는 해 두는 것이 어때.
고티에는 실뱅의 본가야. ……그 녀석도 신경을 써 줘.
미안하군. 로나토 경에 이어서 또다시 왕국 안의 소동으로……
……선생님, 영웅의 유산은 강력해. 부디…… 조심하기를.
이런…… 동맹의 원탁 회의에 참석하는 것이 처음은 아니었지만, 지쳤어.
협조성이란 게 부족하단 말이지. 특히나, 로렌츠네 아버지라든가.
아, 우리 할아버지는 생각보다는 건강하셨어. 저 상태라면 앞으로 5년 정도는 정정하시겠어.
선생님, "천제의 검"을 쓸 수 있다며? 대체 어떻게 된 일이야?
설마 당신, "해방왕" 네메시스의 자손이라거나, 그런 건 아니지……?
성실에 있는 세이로스의 관 안에는 세이로스의 유체가 안치되어 있었을 테지.
하지만 거기에는 그저 "천제의 검"만 있었어…… 이건 뭘 의미하지?
하지만 거기에는 그저 "천제의 검"만 있었다고 해. 이건 뭘 의미하지?
성실에서 검이니 뭐니 휘두르다니, 살면서 가장 심장이 오그라드는 경험이었어요.
성인들의 관에 흠집이 안 생겼으면 좋겠네요……
아아…… 마법도 쓸 수 없었던가요? 일 년 후까지 못 들어간다니 고문이에요……
선생님네 반, 성실에서 싸웠어요? 성유물에 흠집을 내진 않았겠죠……?
아아, 하지만 저도 그 자리에 함께하고 싶었어요. 성실에는 아침 일찍 갔는데……
낮에 「너무 오래 있었다」고 교단 사람한테 쫓겨났거든요……
유산이 도둑맞았다고 해 봤자 부자지간의 싸움 같은 거잖아?
한쪽만 때리는 건 난 좀 싫은데.
나쁜지 어떤지는 내가 판단하고 싶어!
강한 무기 하나 정도는 나도 갖고 싶을 정도인걸.
하지만 세상일이 그렇게 욕심대로 안 된다는 건 알아. 하아……
우오오오! 나도 선생님한테 지지 않을 힘을 만들겠어!
히익!? 선생님? 따, 딱히 몰래 과자 같은 걸 먹지는 않았거든요!
흐, 흐~음. 그럼 지금 베르가 뭐 하는지 아시겠어요?
사실은…… 과자를 먹었어요! 비밀로 해 주세요오오!
헤헤헤, 선생님도 문 너머 대화에 꽤나 익숙해지셨군요!
선생님도 문장을 가지고 계셨군요. 실은 선조님이 귀족인가요?
선생님처럼 귀족 같지 않은 귀족이라면 대환영인데 말예요.
하지만 용병에다 교사죠. ……후후. 이상한 사람.
저, 왕국 북부, 갑니다, 처음입니다. 제국 사람, 북부, 춥다, 쓸쓸하다, 말했습니다.
선생님, 왕국에서도, 용병, 했습니다, 들었습니다. 어떻다, 입니까?
……잊어버리다, 입니까? 그런 일, 있습니다, 놀람, 입니다.
왕국 북부, 갑니다, 경험, 없습니다. 제국 사람, 북부, 춥다, 쓸쓸하다, 말했습니다.
……로드릭님은 나도 얼굴을 아는 사이야.
……선왕께서 돌아가신 후, 몇 번이나 왕도를 찾아와 전하를 보살펴 주었지.
서방 교회와 중앙 교회…… 같은 여신을 믿으면서 대립하다니.
……포드라 사람도 참 힘들게 사는군.
……너, 나랑 많이 닮은 남자 못 봤어? 중년에…… 그럭저럭 키가 큰 사람인데.
……나중에 혹시 그 양반을 보면 나는 어디 멀리 나갔다고 전해, 알겠지.
고대의 왕 네메시스의 "천제의 검". 그걸 휘두르다니…… 훗, 역시 재밌군.
하루라도 빨리 그걸 손에 익히도록 해. 너랑 겨뤄 보고 싶어서 근질거리니까……!
수도원 습격 계획은 모두…… 서방 교회가 꾸민 짓이었군요.
다시 말해, 서방 교회는 로나토님을 이용했다……
서방 교회는 무슨 뜻으로 그분을 휘말리게 한 건지……!
……그러고 보니, 곧 서방 교회에 대한 대규모 심문이 집행되는 모양이에요.
가능하면…… 저도 참석하고 싶어요.
저는 궁금해요. 왜 로나토님이 죽어야만 했는지……
아하하…… 정말 죄송해요, 선생님. 우리 못난 형이 폐를 끼쳐서.
참 막돼먹은 녀석이라고 생각은 했지만…… 설마, 유산까지 훔칠 줄이야.
토벌 부대 중에 내가 있는 걸 보면, 형은 어떤 표정을 지을까요……
사실, 고티에 가문은 우리 본가거든요. ……그리고 도적 두목은 우리 형이죠.
저…… 부탁드립니다, 선생님. 그런 녀석도 나한테는…… 피를 나눈 가족이니까요.
으~음, 이상하네~ 세이로스님의 관에 시신이 아니라 검이 들어 있다니~
세이로스님은 "천제의 검"을 남기고 어디로 떠나 버리신 걸까~?
"천제의 검"을 쓰는 선생님, 아주 멋졌어~
근데 이상하네~ 검의 주인이었던 네메시스한테 자손은 없었을 텐데~
……아, 선생님! 저번에 제가 찾던 어두운 표정의 아저씨, 못 보셨나요?
아까 식당 근처에서 봤거든요! 근데 도망쳐 버려서……!
……저희 아버지예요. 이름은 달랐지만, 확실해요……!
아버지…… 드디어 찾았어……!
어…… 수도원 입구에서 봤어요? 고맙습니다, 선생님!
아, 선생님, 왕국에 간다면, 이 무렵에도 웃옷을 가져가는 게 좋아요.
게다가 이 무렵에는 비도 많이 내려서…… 비 맞으면 감기에 걸린다구요!
설마 로드릭님과 만날 줄은 생각지도 못했어요.
모처럼 가족과 만날 기회인데 정말, 펠릭스는 뭘 하는지……
……선생님. 실뱅을 한동안 그냥 둬 주세요.
유산을 훔친 도적 두목은…… 내쫓겼다고는 해도, 그의 형이니까요.
클로드는 리건령으로 돌아간 모양이군. 그나저나, 그 녀석과 함께 있었던 여성은……
내 기억이 맞다면, 다프넬가의……? 그렇다면 그 위풍도 납득이 가는군.
다음 과제는 또 도적 토벌이라면서? 게다가 두목은 귀족의 자식이라고 들었다.
나 참…… 귀족으로서 상종하지 못할 녀석이군.
왕국 귀족 고티에 가문의 인간이 무언가 소동을 일으켰다고 들었어.
저기, 선생님. 문장이니 영웅의 유산이니 어쩐지 시끌벅적한 모양이던데.
그게 그렇게나 중요한 거야?
나는 문장 같은 것이 있으나 없으나 어느 쪽이어도 상관없다고 생각하는데 말이야아.
문장보다도 근육! 유산보다도 근육! 밥보다 근육! 아니, 이쪽은 밥인가?
한네만 선생님, 조금 이상해 보이시던데요……
무언가 엄청난 발견이라도 하신 걸까요……?
레아님으로부터 "천제의 검"을 받았다는 게 정말인가요?
애초에 쓸 수 있다는 것 자체가 이상하다고요…… 선생님은 대체 뭐 하는 사람이죠?
문장에 인생이 휘둘린다니, 귀족이라는 것은 참 바보 같아요.
……뭐, 저도 그중 한 사람이지만요.
문장을 갖지 못해서, 불행해지는 인간이 있죠……
문장을 가지고 있어서, 불행해지는 인간도……
학교 생활은 좀 더 평화롭고 평온하고, 새콤달콤한 것이라고 생각했어요.
뭔가 최근에 엄청 불온하지 않나요~? 설마 선생님이 와서 이렇게 된 건 아니겠죠~?
농담이에요, 농담. 하지만, 좀 더 새콤달콤한 무언가가 있었으면~
뭐, 뭐예요~? 그 기분 나쁜 웃음은. 너무 놀라게 하지 말아 주세요~
저기, 웬일로 스승님 미간에 주름이 져 있던데, 무슨 일 있었어?
뭔가 고민이라도 있는 거라면 힘이 되어 드리고 싶은데……
그렇구나…… 뭐, 나로는 도움이 되지 않겠지.
그게, 물어봤더니 말을 돌리시더라고. 걱정되는걸……
응? 선생님, 스승님 찾고 있어? 아까까지 기사들 사이에서 누군가랑 얘기 중이셨어.
상대는 잘 안 보였지만 아마 여자 기사였던 것 같은데.
천제의 검의 관리에 문제는 없겠지? 어디에 깜빡 두고 온다느니, 당치도 않은 일이야.
다음 도적 토벌에는 그 검의 힘이 필요하다. 무사히 해결할 거라 기대하지.
익숙치 않아……? 수도원에서 들고 나가게 될 거야. 싫어도 익숙해지지 않으면 곤란해.
아아, 벨레트. 제랄트씨가 자네를 찾던데.
기사단장의 방 근처에서 만났다만…… 이미 어디로 가 버렸을지도 모르지.
만약 방에 없으면 누구한테든 물어보게.
뭐야, 되돌아왔나? 묘지? 물론 알지.
조금 안쪽으로 가야 있어. 가고 싶으면 가르쳐 줄 수 있다만.
좋아, 그럼 가는 길을 알려 주지……
그렇군. 난 여기 있을 테니 언제든지 물어보러 오게.
저 물고기는 왜 저렇게 가만히 기다리고 있을까요?
낚여서 먹히고 말 자신의 운명을 깨달은 걸지도……
아, 선생님. 학생들과 많이 친해지셨네요.
저도 그 안에 끼고 싶었답니다. 오라버니만 허락해 주신다면……
불꽃의 문장…… 후후후후…… ……후후후…… 불꽃의 문장……
안 되지, 안 돼. 나 정도 되는 사람이 정신을 놓다니.
서방 교회의 불상사도 있다. 들떠 있기만 해서는 안 될 일이네만……
재림 의식은 참 큰일이었지. 의무실도 엄청 난리야.
드디어 좀 안정을 찾아서…… 여기서 기분 전환을 하고 있지.
학생들이 목숨을 잃지 않도록 나도 필사적으로 치료는 하는데……
죽음의 위험을 겪어 본 아이는 전투를 무서워하게 돼.
그렇게 되지 않도록 많이 신경 써 줘, 선생님.
처음 뵙겠습니다, 선생님. 과제에 동행하게 된 길베르트라 합니다.
얼마나 힘이 될지는 모르겠습니다만 있는 힘껏 협력하도록 하겠습니다.
죄송하지만 타고난 성격이라서요.
저야말로 잘 부탁드립니다.
저번 달엔 큰 공을 세웠네.
근데 여신의 탑을 습격하는 동시에 성실에까지 쳐들어올 줄이야……
서방 교회끼리만 했을 것 같지는 않아. 협력한 자가 있겠지.
그리고 도망갔다는 가면 쓴 기사…… 당신 말로는 실력이 엄청나다며?
언젠가 찾아내서 내 손으로 죽이고 싶은걸.
제랄트님? 누구 성묘하러 간다던데.
대수도원에 병설된 묘지가 있거든. 거기 가신 거 아냐?
묘지가 어디냐고? 으음…… 어디더라. 세테스한테 물어보면 알 것 같은데.
당신의 활약상을 들었어요.
저는 레아님만 생각하느라…… 다른 건 전혀 생각 못했는데.
사실은 엄청난 사람이었군요, 선생님.
너한테 "불꽃의 문장"이……? 그렇다면 그 녀석은……
아니, 그럴 리가 없어.
……이상하군. 뭔가 이상하지만 모르는 것투성이야.
왔군. 너도 데리고 올 생각으로 찾았다만, 안 보이길래 먼저 와 있었지.
가끔은 그 녀석의…… 네 어머니의 성묘를 할까 싶어서 말이야.
이 작은 묘 아래에 네 어머니가 잠들어 있거든.
응? 아아…… 당연히 궁금하겠지. 그 사정을 말하자면 길어질 테지만……
그러고 보니 너한테 그 녀석 얘기는 거의 하질 않았었구나.
온화하고 현명하고, 요리도 잘했고…… 누구한테나 상냥한 사람이었어.
그리고…… 꽃을 좋아했지. 내가 특이한 꽃을 꺾어다 주면 엄청 기뻐했어.
그립군…… 그 녀석이 웃는 걸 보면 난 그만큼 최고로 행복했지.
녀석이 가장 행복한 미소를 보여 줬던 건 네가 뱃속에 있다는 걸 알았을 때야.
널 낳고 바로 죽고 말았으니 함께 보낸 시간은 거의 없었지만……
그 녀석은 너를 진심으로 사랑했다. 그것만은 기억해라.
……이 반지는 녀석의 유일한 유품이야. 조만간 네게 주마.
언젠가 네게도 소중한 사람이 생기면 이 반지를 건네주도록 해라.
……당신은 자신의 숨겨진 힘으로 인해 혼란스러울지도 모르겠군요.
하지만 저는 믿고 있습니다. 당신이 그 힘을 올바르게 행사하고……
주께 받은 존엄한 사명을 언젠가 반드시 다하리란 것을……
돌…… 돌이라…… 알 수가 없군……
하지만 그걸 떠올리면 내 심장 고동이 빨라진단 말이지……
아니, 내 것이 아니라 네 것인가……?
………………
메르세데스…… 메르세데스라.
그리운 얼굴이야……
아아, 선생님. 제 아들놈 못 보셨습니까? 여러 가지로 볼일이 좀 있어서요.
음, 그랬군요. 그럼 어쩔 수 없지요.
음, 그러셨군요. 감사합니다, 선생님.
녀석이 선생님과 전하께 누를 끼치지 않도록 타일러 두려 합니다.
저는 로드릭 아시르 프랄다리우스. 퍼거스의 영주입니다.
바쁘신 고티에 변경백을 대신하여 유산 탈환을 의뢰하러 왔습니다만……
듣자 하니, 학생이 동원되는 듯하더군요. ……아무 일도 없으면 좋겠습니다만.
서방 교회의 장은 사교 지위에 오른 자입니다.
대사교이신 레아님 정도는 아니지만 그래도 상당한 권위를 가지죠.
그런 사람이 암살을 기도하다니, 누가 부추겼다고밖에 생각이 안 됩니다.
사교는 동방 교회에도 계시지만 솔직히 존재감은 없습니다.
대사교와 레스터 제후 동맹, 쌍방의 영향하에 있으니 발언권도 약한 것이죠.
선생님, 수고 많으십니다! 오늘도 이상 없습니다!
아, 저번 달엔 이상이 있었군요. 선생님의 활약 덕택에 무사히 끝났지요.
도적들의 침입을 눈치채지 못하다니…… 한심한 문지기라 죄송합니다……!
여기서는 얻을 수 없는 물건도 지하에 가면 얻을 수 있을지 모릅니다.
……가르그 마크의 지하를 모르신다고요? 그곳은 지상에 머무르지 못하는 이들의 낙원이죠.
어비스 녀석들…… 매일 문제나 일으키고 말이야.
차라리 가르그 마크의 지하를 통째로 소탕해 버리면 좋을 텐데……
음…… 방금 전에 스쳐 지나간 건 설마 그 프랄다리우스 공인가?
프랄다리우스 가문은 퍼거스 건국에도 참여한 역사가 깊은 가문이고……
현 당주인 로드릭님은 "퍼거스의 방패"라 칭송받는 훌륭한 무인이다.
십수 년 전, 스렝 북벌 때는 국왕님의 오른팔로서 상당한 무훈을 세웠다고 하지.
음, 그러고 보니 올해 학생 중에서도 프랄다리우스가의 자손이 있는 것 같았는데……?
전에 세이로스 기사이신 길베르트씨와 겨룰 기회가 있었는데요……
아니, 정말이지 전혀 못 당하겠더라고요! 그 사람이 과제에 동행한다니 안심이에요.
그런데 그 사람, 누군가랑 닮은 것 같은 느낌이…… 아니, 그냥 기분 탓일까요……?
레아님 암살 미수, 영웅의 유산 도난, 뒤숭숭한 사건들만 가득이라 기분이 별로군요.
아아, 그러고 보니 가르그 마크 마을에도 무서운 소문이 돌고 있는 듯합니다.
그게요, 거대한 낫을 가진 사신이 젊은 여자를 납치해 간다던데요……
당신들은 당신들 나름대로 정신없는 것 같은데 우리도 우리 나름대로 큰일이라고.
저번 달 사건 인계로 기사단 대부분은 서방 교회 본부로 향하고 있고……
우리는 앞으로 레스터 동부에 있는 동방 교회 본부로 가야만 해.
동맹령에 가면 저런 산속이 아니라 디아도라까지 관광하러 가고 싶었는데.
그거 알아? 리건 가문의 영도인 디아도라는 "수상 도시"라고 불려.
레스터 제후 동맹은 동맹의 5대 제후로 구성된 원탁 회의를 통해 운영되고 있습니다.
맹주인 리건 공작을 시작으로 고네릴 공작, 글로스터 백작, 코델리아 백작……
그리고 나중에 합류한 에드먼드 변경백을 포함해 5대 제후가 의결권을 가지고 있죠.
예전엔 에드먼드 가문이 아니라 다프넬 가문이 5대 제후로 대우를 받았습니다만……
당시 당주가 신참인 에드먼드가에 의결권을 양보했다고 하더군요.
마이클란의 소식은 가끔 들어. 퍼거스 북쪽에서는 꽤 유명하거든.
고티에 변경백 영지의 마을을 잇달아 습격해 식료품과 포로를 붙잡아 저들 좋을 대로……
나도 마찬가지로 불량배들을 이끌고 있지만 그런 녀석들이랑 한통속으로 취급되긴 싫어.
나를 믿고 따라와 주는 녀석들이 있으니까 그런 점에선 녀석과 마찬가지란 뜻이야.
경멸이랑은 조금 달라. 나였다면 좀 더 잘할 수 있었을 텐데, 하는 마음이지.
영웅의 유산은 그걸 소지한 것만으로 일반인도 일류 전사가 될 수 있어.
유산을 가진 건 당신도 마찬가지지만 조심해서 나쁠 건 없다고 생각하거든.
……당신이 누구인지는 알 바 아니지만 귀찮은 일에 휘말리기 전에 돌아가.
아니면 누군가의 지시로 어비스에 온 거야? 그런 거라면 마땅한 대접을 해 드리고.
……잠깐, 당신. 설마 교사야? 최근 대수도원에 왔다는 전직 용병 말이야.
흐응, 당신이 소문의 그…… ……뭐, 그런 거라면 상관없지.
내 이름은 율리스. 앞으로도 여기 올 생각이면 기억해 둬.
동에 번쩍 서에 번쩍 교사도 보통 힘든 일이 아니네.
내가 학생일 땐, 그리핀전이 아니면 멀리 나갈 일도 없었는데 말이야.
그립구만. 나 때는…… 내가 무턱대고 덤비는 바람에 져 버렸지.
올해는 나도 다시 참가할 수 있는 건가? 네가 대신 교단에 확인 좀 받아 주라.
흠? 못 보던 얼굴이군. 너, 여기 주민 아니지?
교사? 아, 소문의 신임 교사구나! ……그래도 나보다 분명 어리겠지?
내 이름은 발타자르. 동맹령 출신이지. 잘 부탁한다.
어머, 당신…… 누구시죠? 어비스에 어울리지 않는 외모인데요.
혹시 지상에서 내려오셨나요? 도대체 무엇이 목적이시죠?
……생각났어요. 당신, 레아님께서 손수 발탁하셨다는 신임 교사 맞죠?
지하에도 소문이 파다하게 났답니다. 제 이름은 콘스탄체 폰 누벨!
앞으로 기억해 주시길 바라요? 오~홋홋홋홋홋!
다음은 왕국의 도적 퇴치라고 들었습니다. 위화감을 떨칠 수 없는 건 저뿐인가요?
영웅의 유산이 얽혀 있다고는 해도 소규모의 도적단을 상대하라니……
영주인 고티에 변경백과 퍼거스 왕가가 대처하는 것이 도리라고 생각됩니다.
아뇨, 그저 제 지나친 생각이겠죠. 불온한 생각이 드는 것도 어리석기 때문.
퍼거스의 힘이 약해지면 3개 세력의 균형이 무너져 동란이 일어나는 것은 아닐까 하여……
선생님, 굉장한 검을 받은 건 잘된 일이지만……
교단 입맛대로 이용당하고 있지 않아? 괜찮아?
그럼 안 되지.
네가 그렇다니 다행이지만.
스스로 잘 생각해 보고 행동해. 멋대로 교단의 일부로 취급되면 안 되잖아?
……네 정체가 뭔지 맞혀 볼까?
사관학교에 새로 온 선생님이지? 하피, 알고 있어.
여기에도 조금 소문이 났거든.
흐응…… 이런 얼굴이었구나. 생각보다 평범하게 생겼네.
어머, 선생님. 요즘 어때? 벌이는 잘되어 가?
느긋하게 이야기하고 싶지만 이래 봬도 일하는 중이라서. 미안.
요새 선생님 소문으로 자자해. 뭔가 엄청난 검을 사용했다면서?
그 검, 혹시 팔 거면 나한테… 농담이야. 팔면 안 되는 물건이지?
사방이 뒤숭숭해서 행상인들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야.
얼른 다들 웃으며 장사할 수 있는 시대가 왔으면 좋겠다.
……어비스? 선생님, 그런 곳에 흥미가 있어?
가르그 마크의 지하에 펼쳐진 고대 유적…… 그게 어비스야.
멋대로 정착한 사람들도 있지만 짐작대로 저마다 사정이 있는 사람뿐이지.
제대로 된 상인은 접근하지 않는 곳이니까 선생님도 발을 들이지 않는 게 좋을 거야.
당신, 지상의 사람이군요. 이런 곳엔 무슨 볼일이십니까?
……아, 혹시 신임 교사이신가요? 그럼 들어가셔도 괜찮습니다.
이곳은 지하 마을 "어비스"입니다. 악랄한 이들이 많으니 조심하세요.
선생님, 수고 많으십니다. 보시다시피 오늘도 이상 있습니다.
저번 달엔 지상에도 이상이 있었지요? 그것 때문에 아직도 여기 있어요, 이 사람.
세테스님의 지시다. 만일에 대비해 이번 달도 이곳에서 보초를 서라 하셨지.
뭐, 저는 이제 익숙해졌는데 율리스는 지나갈 때마다 노려보곤 하네요.
얼마 전까지는 알파드씨라는 교단의 높은 분께서 어비스를 지키고……
우리가 있을 곳을 만들어 주셨거든?
그런데 불상사인지 뭔지로 사라지셔서 분위기도 엉망이고 교단까지 압박해 와서……
지금 어비스에서 가장 싸움에 강한 건 발타자르일 거야.
가장 머리가 잘 돌아가는 건 율리스고, 가장 마도에 뛰어난 건 콘스탄체.
가장 위험한 건…… 하피겠지. 응? 그 녀석 소문 못 들었냐?
……! 당신은 제랄트님의…… 그렇군요…… 어머니를 많이 닮았네요.
당신의 부모님과는 안면이 있습니다. 당신과도 꼭 한번 이야기해 보고 싶었지요.
보잘것없는 수도사입니다. 당신의 부모님과는 안면이 있지요.
그러나…… 저는 개인적인 사정으로 대수도원을 잠시 떠나 있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당신에게 부탁이 하나 있습니다만.
그녀의 묘지에 바칠 꽃을 대신 준비해 주실 수 있을까요?
당신이 준비한 꽃이라면 그녀도 분명 기뻐할 테니까요.
감사합니다. 아아…… 이 꽃은 그녀가 생전에 좋아하던 꽃입니다.
……이제 여한이 없군요.
자, 저는 슬슬 가 보겠습니다 벨레트 선생님, 부디 건강하시길.
그녀의 몫까지 제랄트님을 소중히 해 주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