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도 넘은 이야기야. 페르디아에서 유행병이 번진 적이 있지.
하나둘씩 사람들이 쓰러져 가던 중…… 병에서 나라를 구한 것이 코넬리아였어.
……그래, 나도야. 내가 어렸을 적부터 이미 저런 상태였으니까……
아니, 원래는 제국의 학자였다고 해. 아버지가 초빙하여 왕국에 온 모양이야.
역병이 퍼지는 것을 막은 코넬리아는 백성들로부터 "성녀"라 칭송받았는데……
어느 날을 기점으로 사람이 확 달라졌다나 봐. 말투부터 취향까지, 모두 다.
……그래도 아버지는 그녀를 계속 중용했어. 나라를 역병에서 구한 공이 있었으니……
무엇보다, 어머니가 코넬리아를 신뢰했지. 그래서 그 여자의 말은…… 아니야……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어.
내가 당신의 학생이 아니었다면 어떤 선택을 했을까, 하는 생각.
선생님은 이런 식으로 생각해 본 적 없어?
그래, 선생님도 마찬가지구나. 그리고 답은 찾지 못 했겠지. 안 그래?
그건 정말 시간을 되돌리지 않는 한 다른 길을 선택하기란 불가능하지……
그래…… 선생님은 강하구나. 나도 당신처럼 되고 싶다.
제국으로, 왕국으로, 이번엔 또 동맹으로……
뭐랄까, 다들 분주하시네요. 뭐, 바지런해서 나쁠 건 없지만요.
얼른 평화를 되찾아, 바쁘고 위험한 날들과 이별하고 싶어요……
단순히 바쁘기만 한 거면 게으름 피우면 되니 상관없어요.
그런데 지금 게으름 피웠다간 죽기 딱 좋게 바쁘니 문제인 거죠……
클로드 녀석, "원탁의 귀신"이라 불린다면서?
젠장~ 나도 멋있는 이명 갖고 싶다!
디아도라에서 녀석을 구출하면 나한테도 무언가 이명이 붙으려나.
보아라, 녀석의 책략에 지지 않는 나의 책략을! 이른바 아무것도 안 하는 「무위무책」이다!
클로드씨가…… 어떤 분이셨더라. 어, 아니, 당연히 기억하고 있죠!
음, 그런데 그 뭐라고 해야 할까. 얼굴을 마주한 기억이 별로 없거든요.
디미트리가 클로드를 구하러 간다니……
꼭 5년 전 이야기처럼 들려 기쁘네요.
마음 같아선, 그곳에 에델도 함께이길 바라지만요.
뭐, 그렇게 옛날로는 돌아갈 수 없겠죠.
디아도라에서, 바다, 보인다, 들었습니다. 아니요, 바다, 눈앞에, 있습니까?
브리기트, 바다, 바로 근처, 보는 것, 일상이었습니다.
가르그 마크, 바다, 안 보이다, 그래서, 조금, 끌립니다.
예, 바다의 정령, 변덕쟁이, 입니다. 사람, 덮치면, 속수무책입니다. 무섭다, 입니다.
예, 바다, 아름답다, 입니다. 하지만, 무서울 때, 드물게, 있습니다.
프랄다리우스 공이었던 로드릭님이 돌아가신 지금……
그 뒤를 이어 왕국의 동부 제후를 이끌고 있는 것은 고티에 변경백이다.
고티에는 국내에서도 프랄다리우스 가문에 버금가는 명가로 실뱅의 본가이기도 하지.
제국 쪽에 붙은 세력의 소탕과 왕국군의 재편을 맡아 주고 있어.
……물론, 그 사실은 전하께도 항상 보고되고 있는데……
그로 인해 무리하시지 않도록 내가 잘 지켜봐야지……
……선생님도 부디 전하를 잘 보살펴 줘. 그분은 눈을 떼면 금세 무리를 하시니까……
……숙부님께 아버지 유품을 받았어. 무구와 책들 뿐이었지만 말이야.
하지만 어르신이…… 아버지가 정말로 남기고 싶었던 것은……
디미트리를 왕으로 만든다는 사명일지도 몰라.
……나는 그렇게 생각해.
왕도를 되찾은 그날 밤에 디아도라에서 급한 연락이 도착하다니.
클로드는 우리가 왕도를 되찾을 것을 예상한 걸까요.
아니, 우연치고는 너무 대단해요. 디아도라에서 왕도까지 며칠은 걸리는데.
옛날부터 클로드는 무얼 생각하는지 잘 모를 사람이었지만……
여러 가지를 꿰뚫어 보는 것 같아서 왠지 살짝 무서운 느낌도 들어요……
수상 도시 디아도라…… 아름다운 도시였다고 들었습니다.
기왕 간다면, 전쟁 같은 게 아니라 여자 친구랑 둘이서 여행으로 가고 싶은데.
엇, 저랑 당신이랑? 으음…… 차마 그런 발상은 못 했네요……
엇, 정말로요? 와~! 자, 그럼 무조건 살아남아야겠네요.
앗하하하, 선생님은 너무해……
왕도엔 말이지, 내 양아버지가 살고 있어~ 이번에 잠시 얼굴을 보고 왔는데……
왕도가 코넬리아 지배하에 있을 때는 그 사람한테 아첨한 모양이야……
하지만 우리가 왕도를 되찾은 뒤로는 왕국에 충성을 바친다며 이래저래……
그래~ 살아남기 위해서는 필요한 것일지도 모르겠네……
그렇다니까, 정말로 못 말리는 사람이야~ 상인답다면 상인답긴 한데~
어떤 세상이 되더라도, 양아버지 같은 사람은 사라지지 않겠지~
디아도라…… 저, 계속 가 보고 싶었던 곳이에요.
퍼거스의 거리는 방어 시설이나 별반 다르지 않은 데가 많거든요.
"물의 도시"라는 이름만 들어도 왠지, 세련된 느낌이 난다고 할까.
전쟁이 끝나면 다 함께 놀러가 보고 싶다.
리건 가문이 주축이 되어 동맹 내 세력을 한데 모으고 있다……
예전부터 클로드는 종잡을 수 없는 자였죠……
그자가 훌륭히 맹주 역할을 하고 있단 말을 들으면 왠지 이상한 느낌이 들어요.
도와 달라는 말을 들으면 못 본 체 할 수 없다……라. 디미트리군도 꽤 정에 약한 남자가 되었군.
하지만 본질을 꿰뚫어 보지 못하는 모양이야. 그는 큰 오해를 하고 있어.
클로드가 디미트리군에게 도움을 요청했다고? ……아니. 그렇지 않아.
그런 게 아니야. 선생님도 모르고 있는 모양이군.
그래. 일을 표면만을 보고 판단해서는 진실을 잘못 보게 된다는 좋은 예이지.
즉…… 클로드는 내가 여기에 있는 것을 알고 원군을 요청한 거야.
다시 말하자면, 내게 울며 매달려 온 것이다. 디미트리군이 아니라, 이 내게 말이지!
도와 달라는 말을 들었으니, 못 본 체 할 수 없군. 어쩔 수 없지. 도와줘 보도록 하실까!
클로드를 도우러 간다며? 한동안 못 만났었는데, 잘 지내려나아.
나, 선생님을 믿고 이리로 왔지만, 클로드가 싫은 건 아니거든.
글쎄. 연회를 좋아했어. 무슨 일이 있을 때마다 잔치다~! 라면서.
응, 그렇지. 클로드는 누구와도 금방 친해지는 녀석이었거든.
동맹이 어떻게 되어도 그건 내 알 바 아니지만, 클로드는 죽지 않았으면 좋겠다아.
기어이 동맹령이 전장이 되고 말았군요……
아, 그렇다고 지금까지 동맹령 내에서 싸움이 없었던 건 아니지만요.
제후들끼리 사소하게 싸운다든지, 팔미라인이 침입해 온다든지, 여러 번 있었으니까요.
하지만, 제국군에 의한 본격적인 침공이라면 이야기가 전혀 달라지게 되죠.
본가가 전쟁에 휘말리지는 않을까 걱정이에요. 제국군을 잘 격퇴할 수 있었으면 좋겠는데요.
이미 제국의 침입을 허용한 상태라면 친제국파 제후는 더는 움직일 수 없어요.
코델리아 가문과 글로스터 가문은 독 안에 든 쥐나 다름없죠.
그렇다면 클로드에게 협력하고 있는 것은, 아마도……
지리적으로 전군 투입은 어려울 것 같으니, 원군도 기대하기 어려울지도 모르겠네요.
에드먼드 변경백은 돈은 지원해도 군은 지원하려 들지 않는 곳이라, 글쎄요.
틀림없이 원군을 지원하고 있겠죠. 그곳의 당주는 클로드를 아주 좋아하니까요.
어찌 됐든, 동원할 수 있는 병력이 적은 데다가, 그론다즈에서의 손해도 있으니……
제국군을 상대로 동맹군이 얼마나 버텨줄지는. 원군을 서두르지 않으면 늦을 거예요.
디미트리씨와 클로드씨가 적대하지 않게 되어서 다행이에요……
제가 동맹 제후의 딸이니까, 라는 것도 물론, 있지만요……
같은 학교에서 배운 사람들끼리 싸운다는 것은, 너무나도 슬픈 일이니까요……
모처럼 페르디아를 되찾았는데 물건은 하나도 못 샀어요.
전쟁이 끝나고 도시가 부흥하면 다시 놀러가 보고 싶네요~
그때는 선생님도 함께 가 주세요~
정말? 기뻐요! 아, 그래도, 그런 것보다……
지금 클로드가 큰일났었죠? 아마 저희 본가도 휘말렸을 거예요!
선생님의 힘으로 어떻게든 해 주세요! 괜찮아요, 선생님이라면 이길 수 있어요! 파이팅~!
왕도를 탈환했나 했더니, 이번엔 디아도라인가.
나 원, 사람을 함부로 굴리는 왕자님일세. 아니, 이젠 왕님인가? 어느 쪽이었더라?
어쨌든, 나에게 있어서 디미트리는 디미트리니까. 어느 쪽이든 상관없어.
코넬리아가 레아를 감금했을 가능성도 생각했지만…… 빗나간 듯하군.
다음에 싸우게 될 아룬델 공은 원래 경건한 세이로스 신도였던 귀족이다.
언제부터인가 기부도 끊어졌지만, 그자라면 무언가 알고 있을 거야……
클로드씨를 도우러 간다면서요? 아주 좋은 일이라고 생각해요!
그론다즈 전투에서는 적으로 맞서 싸우고 말았잖아요?
저, 굉장히 슬펐어요. 예전 같은 사이로 돌아가면 좋겠네요!
코넬리아라…… 옛 생각이 나는 이름이군. 그녀는 한때 제국에서 학문을 익혔다네.
마침 내가 귀족을 그만두고 제국을 떠났을 무렵……
그녀 또한 제국을 떠나 왕국으로 갔다고 기억하고 있어.
그리고 그곳에서 유행병을 막아 왕에게 신임을 얻었다고 하지.
훌륭한 학자였던 그녀가 그런 흉악한 짓을 할 줄이야, 세월의 흐름이란 참 잔인하군.
혹시 사신기사 기억해? 날 찔렀던 남자 말이야.
그 사람 지금 제국군의 장수로서 종횡무진 전장을 누비고 있나 봐.
아쉽게도 디아도라를 공격한 제국군 가운데는 없는 것 같은데……
언젠가 내 눈앞에 나타나면…… 반드시 그대로 갚아 줄 거야!
왕도를 되찾은 지금, 전하가 아니라 폐하라 불러야 하겠습니다만……
본인은 아직 왕관을 받은 것이 아니라며 완고하게 거부하고 계십니다.
하지만 이 싸움이 끝나고, 교단에서 왕관을 받는다면……
폐하라 부르게 되겠지요. 어쩐지 감개무량합니다.
……자, 저는 밀정의 보고를 들으러 이만. 실은 조금, 마음에 걸리는 점이 있어서……
확실한 정보를 파악하면 정식으로 보고드릴 생각입니다.
드디어 제국과의 결전……! 그렇게 단단히 마음의 준비를 했는데……
여기서 디아도라로 향하게 될 줄이야. 그것참, 뜻밖이었지…… 하지만……
여신께 검을 바친 기사로서 도움을 바라는 사람들을 내버려 둘 수는 없지 않겠나.
나도 레아님을 계속 찾고 있지만 아직 이렇다 할 정보는 없어……
……아룬델 공이라고 하면, 황제의 외숙부이자, 제국의 섭정이잖아?
디아도라에서 녀석을 무찌르면 뭔가 단서를 얻을 수 있을지도 몰라.
클로드라…… 또래 학생들 중에서도 유달리 머리 회전이 빨랐더랬지.
그리고 상식에 구애받지 않는달까, 포드라에선 파격적인 녀석이었어.
구할 수 있다면 구하고 싶은데……
그래. 분명 그것도 녀석의 계산대로겠지.
훗…… 뭐 그럴지도 모르지.
하아…… 어차피 동맹령에 가 봤자 레아님은 못 찾아요.
클로드는 그냥 내버려 두고 얼른 제국령에 쳐들어가면 될 텐데……
아, 동맹령을 공격한 제국군을 못 이기면 제국령에는 못 가는 건가.
으~음, 그럼 저도 열심히 할래요. 사실, 클로드도 싫지는 않으니까.
수고 많으십니다! 오늘도 이상 없습니다!
디아도라는 "물의 도시"라는 이명을 가진……
마치 바다에 떠 있는 듯한 거리와 커다란 항구가 특징인 아름다운 도시입니다.
평화로운 시대였다면 즐거운 여행이 되었을 테지만…… 무운을 빌겠습니다!
여기서는 얻을 수 없는 물건도 지하에 가면 얻을 수 있을지 모릅니다.
……가르그 마크의 지하를 모르신다고요? 그곳은 지상에 머무르지 못하는 이들의 낙원이죠.
어비스 녀석들…… 매일 문제나 일으키고 말이야.
차라리 가르그 마크의 지하를 통째로 소탕해 버리면 좋을 텐데……
동맹령의 동쪽, 포드라의 목을 지나면 거기서부터 팔미라의 영토가 펼쳐집니다.
동부 국경에 인접한 고네릴 가문에는 동맹 제일의 무용을 자랑하는 홀스트 경이 있습니다만……
팔미라인의 파수꾼을 사명으로 여기는 그가 고네릴 영지를 떠나는 일은 없을 테지요.
우리가 전장에 나가진 않아도 마음만은 함께 싸우고 있어.
조금이나마 보탬이 될 테니 당신도 마음껏 싸워 달라고.
으음…… 왕도 복구에는 조금 더 시간이 걸릴 것 같습니다.
그렇지만 아직 왕도는 죽지 않았어요. 페르디아 사람은 몇 번이고 일어설 겁니다.
……지켜봐 주세요. 분명 머지않아 원래 모습으로 돌려놓을 테니까!
디아도라가 공격받았다고 들었습니다만, 주디트님은 과연 무사하실지……
아무리 "다프넬의 투사"라 칭송받는 후작이라도 제국의 대군과 맞서기는……
으으, 여기서 무사하길 빌 수밖에 없으니 답답하군요……
이번 달, 우리는 미르딘대교를 거점 삼아 가능한 범위에서 대사교 예하를 찾을 걸세.
지금 가진 정보를 종합하면 역시 가장 수상한 곳은 제도인데……
꼭두각시 당주가 들어선 프륨령, 당주가 실각하고 행방을 감춘 에기르령……
지금 제국에는 수상쩍은 곳투성이야. 그런 곳을 찾는 것만큼 좋은 것은 없지.
……하지만 동맹 지원에 너무 시간을 들이면 곤란해. 신속하게 부탁하네.
휴우…… 맹주는 너무 제멋대로라 탈이고 왕자는 사람이 너무 착해서 탈이죠?
그론다즈에서 죽자고 싸우던 상대라구요? 제 동료나 동맹군도 많이 죽었는데……
……아뇨. 불평은 그만둘게요. 이번 원정은 전략상 의의가 있으니까요.
다들 의욕이 넘치는 듯하지만…… 불편한 구석이 없다곤…… 말 못 하겠네요.
굶주린 영웅은 범인도 이길 수 없다……는 격언 아시나요? 뭐, 제가 만든 말이지만요.
공복일 때는 본래의 실력이 안 나오니 배를 든든히 채워서 체력을 길러 주세요.
지옥 저 밑바닥에서 부활한 왕이 독재자를 물리치고 사람들을 해방시켰다……
완벽한 영웅담이야. 적어도 아랫사람들에겐 그렇게 보여.
가난한 이들이 정말 필요로 하는 건 블레다드가의 정통한 후계자가 아니야.
지금 당장 먹고 살기도 힘든 상황을 어떻게든 해결해 줄 수 있는 누군가지.
그들이 「왕」을 어떻게 받아들일지는 그 녀석 하기 나름일 거야.
……그래도 뭐, 지금의 디미트리라면 어떻게든 잘 해 나갈 것 같지만.
결국 동맹령이 전화에 휩싸였군. 꽤 깊은 곳까지 밀고 들어간 모양이야.
다행히 아달브레히트령은 아직 무사한 듯한데…… 이것도 시간 문제인가.
그래, "수완의 섭정"이건 무엇이건 이 내가 모조리 꺾어 버리겠어!
아니, 아니야, 조급해 하지 마. 우리도 우리 나름의 준비가 필요하니까.
서두르기는 하되, 우리가 패배하면 이도 저도 안 되니까 만반의 준비를 하자고.
마도학원 분들이 무사한 듯하여 저, 무척이나 안심하고 있답니다.
그들은 모두 포드라의 미래를 짊어질 훌륭한 인재. 그런 이들을 잃을 순 없죠.
네! 마도의 미래가 밝네요! 저희 가문의 미래도 그랬으면 좋겠는데요!
그 대신 마도의 밝은 미래를 지켰다는 것으로 타협을 보겠어요!
자, 다음은 동맹을 구호할 차례지요? 호호호, 제 활약을 똑똑히 지켜보세요!
옛날부터 도적이 나왔다거나 귀족끼리 싸웠다거나 하는 이야기는……
끊이지가 않았잖아. 그래서 평화롭지 않다고 생각했거든.
그런데 그게 평화로웠던 거였다니 전쟁이 일어나고 처음 알았어.
그렇게 생각하면 하피가 태어난 마을은 엄청나게 평화로운 곳이었나 봐.
어머, 선생님. 요즘 어때? 벌이는 잘되어 가?
느긋하게 이야기하고 싶지만 이래 봬도 일하는 중이라서. 미안.
사방이 뒤숭숭해서 행상인들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야.
얼른 다들 웃으며 장사할 수 있는 시대가 왔으면 좋겠다.
……어비스? 선생님, 그런 곳에 흥미가 있어?
가르그 마크의 지하에 펼쳐진 고대 유적…… 그게 어비스야.
멋대로 정착한 사람들도 있지만 짐작대로 저마다 사정이 있는 사람뿐이지.
제대로 된 상인은 접근하지 않는 곳이니까 선생님도 발을 들이지 않는 게 좋을 거야.
선생님, 수고 많으십니다. 이곳은 오늘도 이상 있습니다.
다음은 디아도라인가요? 그립네요…… 저, 그 마을 출신이거든요. 좋은 마을이었죠.
동에 번쩍, 서에 번쩍, 군인들도 참 힘들겠네요.
예전에 마을에서 신병을 모집했었는데, 밥에 눈이 멀어 지원하지 않길 잘했어요.
천천히 죽음을 향해 가는 것 같긴 해도 저는 이곳에서의 생활이 마음에 들거든요.
……! 당신은 제랄트님의…… 그렇군요…… 어머니를 많이 닮았네요.
당신의 부모님과는 안면이 있습니다. 당신과도 꼭 한번 이야기해 보고 싶었지요.
보잘것없는 수도사입니다. 당신의 부모님과는 안면이 있지요.
그러나…… 저는 개인적인 사정으로 대수도원을 잠시 떠나 있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당신에게 부탁이 하나 있습니다만.
그녀의 묘지에 바칠 꽃을 대신 준비해 주실 수 있을까요?
당신이 준비한 꽃이라면 그녀도 분명 기뻐할 테니까요.
감사합니다. 아아…… 이 꽃은 그녀가 생전에 좋아하던 꽃입니다.
……이제 여한이 없군요.
자, 저는 슬슬 가 보겠습니다 벨레트 선생님, 부디 건강하시길.
그녀의 몫까지 제랄트님을 소중히 해 주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