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계속 궁금했는데 네 머리카락…… 옛날부터 그런 색이었어?
내 머리카락? 어렸을 때랑 바뀌긴 했는데……
네가 그걸 어떻게 아는 거지? 혹시 어디서 만난 적이……
이야기하자면 길어질 것 같아. 그리고 여기에서 이야기하는 것도 좀…… 나중에 해도 괜찮을까?
……그래, 물론이야.
황녀, 왕자, 맹주의 적자까지…… 서로 물밑 작업들 하느라 고생이겠어.
이래 봬도 사이좋게 지낸다고. 우리가 싸우면 전쟁이 벌어지니까 말이야.
그러는 너희야말로 저마다 꿍꿍이속을 품고 있을 것 같은데. 어때, 율리스?
그럴 리가. ……선생님 생각은 어때? 내가 뒤에서 음모를 꾸밀 녀석으로 보여?
아하하핫! 당신, 너무 솔직한데?
아하하핫! 당신, 보는 눈이 없네.
확실히 꿍꿍이속 정도가 아니지. 난 정직함이랑은 거리가 먼 사람이거든.
하지만 다른 녀석들은 아니야. 저마다의 사정은 있지만 믿을 수 있는 녀석들이지.
자신은 낮추고 동료는 높인다, 라. 그런 면은 싫지 않네.
그래? 나도 넌 싫지 않아. 본심을 드러내지 않는 게 나랑 잘 맞을 것 같거든.
4사도, 4사도…… 으음, 선생님 제가 기억해낼 수 있게 좀 도와주세요.
뭔가, 음식 중에서 사도의 이름을 따왔던 게 있었던 것 같은데……
알파드씨, 훌륭한 분이시네요. 저도 잠깐 이야기해 본 것뿐이지만……
마을 사람들 모두가 그분을 진심으로 좋아하는 게 느껴졌어요.
……뭐랄까, 로나토님이 생각나네요.
선생님~ 이 방도 보셨나요? 여기서 점성술사가 점을 쳐 준대요~
분위기를 보니 엄청 용할 것 같지 않나요?
연애운도 봐 주려나~ 나중에 살짝 들러 봐야지……
여기에 있어 봤자 할 일도 없으니까 설렁설렁 더 깊은 곳까지 내려가 봤거든?
그런데 갈림길이랑 막다른 길이 왜 그렇게 많은지, 아주 그냥 미로나 다름없더라고.
이상한 문이랑 비밀 통로의 작동법을 아는 녀석도 극히 일부밖에 없고 말이야.
그래, 장치를 움직이면 문이 멋대로 쾅! 하고 닫혀 버리거든.
그래, 벽이나 바닥 같은 게 비밀 통로의 입구로 변해 버리거든.
뭐, 그런 이야기는 나보단 율리스랑 콘스탄체가 더 잘 알고 있지만 말이야.
분명 이 부근에 기록을…… 찾았네요. 어머, 저한테 무슨 볼일이라도?
……어머! 이걸 어쩌면 좋아, 승리 선언을 깜빡하고 말았어요!
어쩔 수 없죠. 당신, 거기서 대신 들어 주시겠어요?
오~홋홋홋! 이 콘스탄체 폰 누벨의 승리로군요!!
……후우, 만족했어요. 그럼 전 알파드님을 뵈러 가 볼게요.
너, 일한 지 몇 달밖에 안 됐다며? 어쩐지 교단 사람답지 않더라고.
필요한 말만 하는 것도 하피, 싫어하지 않고.
이대로 변하지 않았으면 좋겠어. 선생을 아무리 오래 해도 말이야.
"잿빛늑대반"은 청해의 별을 수호하는 야수로부터 유래된 이름입니다.
대사교 예하께서 직접 지어 주신 이름이기는 합니다만……
최근 예하께서는 지하 자체를 좋지 않게 생각하시는 듯하여…… 가슴이 아픕니다.
오늘도 이상…… 있습니다. 아~ 뭐, 도적은 보이지 않지만 말이죠.
알파드 나리만 오시면 어비스 주민은 흥을 주체하지 못하거든요.
나리의 도움을 받은 녀석들이 산더미처럼 있으니까요. 저희에겐 신과 다름없는 분이시죠.
형씨, 오늘은 마시러 왔어? 맛없는 술밖에 없지만 말이야.
이곳 녀석들이 변변찮은 건 맛없는 술만 마셔서 그런 걸지도 몰라.
좋은 술을 마시면 절로 인격이 갖춰질걸? 아, 그렇지만도 않나? 귀족도 똑같으니까.
얼마 전 습격 소동에서 알파드씨가 율리스를 구했다며?
역시 알파드씨야. 다정하고 똑똑하고 거기다 강하기까지.
그런데 아직 미혼이시라지 뭐야. 이참에 한번 대시해 볼까……?
지상에 설 곳이 없어진 이들이 마지막으로 찾는 곳…… 그게 어비스라네.
빈민과 죄인의 소굴, 질서는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였으니 저들 좋을 대로 날뛰곤 했지.
하지만 알파드님께서 관리하시게 된 후로는 어비스도 바뀌었어.
그의 원조로 우리는 굶주림에서 해방되었지. 사람은 말이야, 밥을 먹으면 온화해진다네.
나, 옛날, 전사였다. 붙잡혀, 도망쳐, 지독했어.
고향, 어머니, 기다린다. 돌아가고 싶다, 멀어, 힘들겠지.
아마, 나, 여기, 나갈 수 없다. 할머니, 돼도, 여기, 나갈 수 없어.
나, 알파드씨한테 과자 받은 적 있어!
그래서 알파드씨가 정말 좋아! 다음에 또 과자 안 주시려나?
하피를 실망시키거나 놀라게 하면 안 돼.
안 된다면 안 돼. 알았지?
어비스에는 거주구가 몇 곳 있는데 난 그중에서도 제일 먼 곳에 살아.
그런데 왜 여기 있냐고? 뭘 그런 당연한 걸 물어.
알파드님을 뵈러 왔지. 그분을 보면 행운이 찾아온다는 소문이 있거든.